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지는 영화 - '파묘' 리뷰 (스포 없음)

천세곡
천세곡 ·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느리게
2024/03/17
*사진출처: 네이버 이미지 검색 "파묘" 스틸컷



90년대 무더웠던 어느 여름날, 집으로 향하는 나를 친구가 낚아채듯이 붙들었다. 오늘 자기 집에 꼭 같이 가야 한단다. 끝내주는 영화를 구했다면서. 그날 밤, 나는 잠들지 못했다. 태어나서 그렇게 충격적인 영화는 처음이었다. 

  친구네 집에서 본 영화는 그 유명한 ‘링’이었다. 이제는 전설의 고향 취급당하는 고전이 되어버렸지만, 내 인생 첫 공포영화였다. 더구나 나는 그 영화에 대한 어떤 사전지식도 없이 본 것이었다. 방심하는 중에 우물 속에서 나오는 사다코의 모습을 보면서 솔직히 기절하는 줄 알았다. 친구가 옆에 있으니 쪽팔려 티는 안 냈지만.

  겁이 많은 나에게 정말 쥐약이 따로 없었다. 특정 장면의 잔상은 너무도 선명하게 각인되어 다른 어떤 생각으로도 덮어지지 않았다. 한참을 고생한 나는 그 뒤로 공포영화 특히 오컬트 장르물은 절대로 보지 않게 되었다. 아무리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들려와도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영화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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