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에게서 네타냐후의 그림자가 보인다

에디터 노트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시사평론가 노아 스미스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의 힘으로 주도하는 세계 평화) 시대가 저물었다”며 "이제 약육강식 정글에서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말 세계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큰 위협에 노출된 것일까요? 한미 동맹을 발판으로 하고 있는 우리 안보는 괜찮은 것인지 문정인 전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연세대 명예교수)와 얘기해봤습니다.

alookso 유두호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두고 '팍스 아메리카나의 종말'이라는 의미 부여가 나오고 있다
 
동의하기 어렵네요. 엄격하게 말해 존재하지도 않았던 ‘팍스 아메리카’에 대한 종말을 말한다는 게. 팍스 아메리카나란 미국의 힘, 패권을 통해 세계 평화를 유지한다는 것인데 그런 적이 없었지요. 심지어 냉전 기간에도 팍스아메리카나는 자유세계에만 한정되었지 공산권에는 미치지 않았어요. 미국 패권이 반쪽 패권이었다는 거지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은 ‘미국이 하마스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기 때문’은 아니지요. 

그러나 미국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노력을 했지요. 2012년, 2014년, 그리고 2021년 이스라엘과 하마스 무력 충돌 시 중재 노력을 했습니다. 2021년 5월 위기 시 바이든 행정부의 개입으로 휴전을 가져오기도 했지요. 그런 점에서 미국이 현재 하마스의 비인도적 처사를 강력히 규탄하면서 이스라엘 편을 들고 있지만, 휴전을 위한 중재 개입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진짜 이유는 뭔가?

하마스 측은 예루살렘의 알 아크사 모스크에 대한 유대인 방문 허용, 이스라엘의 장기 점령과 정착촌 정책 그리고 가자지역에 대한 지속적 봉쇄와 억압 등을 공식적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마스의 후견국인 이란과 공조하여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 외교 관계 정상화에 제동을 걸고 지역 질서를 바꾸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그러나 제가 볼 때는 장기간 지속되어 온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강경 억압 정책에 대한 반발이 군사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라 봅니다. 하마스로서는 임계점에 이른 것이지요. 정치 경제적 여건으로 보아 그동안 누적된 불만이 터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하마스는 이번 공격을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이스라엘 정보 당국은 이스라엘의 강한 응징, 보복 의지 때문에 하마스가 감히 그러한 군사 행동을 감행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던 것 같아요. 오판이었지요. 그러나 여기에는 이스라엘 국내 정치 변수도 작용한 것 같아요. 지난 7월 네타냐후 총리가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사법개혁 법안 통과를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이스라엘 사회는 엄청나게 분열했지요. 3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반대 시위를 했고 예비군들은 복무 거부까지 했습니다. 하마스는 이런 내적 분란을 노린 것 같아요. 그리고 하마스의 공격이 성공한다면 네타냐후를 포함해서 강경파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가 될 것이라고 하는 계산도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바이든의 '중동 데탕트'가 전쟁을 자극했다고 보는 분석도 있다

부분적으로 그런 점이 있습니다. 내년도 미국 대선과 관련하여 바이든 대통령은 새로운 중동 정책을 펴왔습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의 수교를 추진했지요. 미국이 사우디의 안보를 담보해 주는 조건으로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수교한다는 외교 구상입니다. 이는 대선 구도에서 트럼프를 견제하기 위한 겁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아브라함 협정이라는 걸 맺어서 바레인, UAE, 모로코 등의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외교적으로 승인을 해주고, 그 반대급부로 미국은 이들에게 경제 지원을 해주는 구상입니다. 트럼프로서는 큰 업적이었지요. 바이든도 선거를 앞두고 미국의 유대인들 지지를 얻기 위해 이스라엘에 뭔가 가시적 선물을 줘야 했지요. 이런 배경에서 이번 구상이 나왔던 겁니다.

그러나 이번 하마스 공격으로 바이든의 데탕트 구상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우디 정부가 공식적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지지했기 때문입니다. 사우디는 하마스와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안의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와 가깝지요. 그러나 사우디- 이스라엘 수교 조약이 체결되면 하마스는 물론 팔레스타인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 점에서 하나의 변수로 작용했을지도 모르지만, 이는 아주 지엽적 변수일 겁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보면서 우리 안보 상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그렇습니다. 이번 이스라엘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첫째, 자만은 금물이라는 겁니다. 이스라엘 모사드는 세계 최강의 정보력을, 그리고 이스라엘군(IDF) 인적, 영상, 신호정보를 융합해 24시간 하마스를 감시하고 아이언돔 요격 체계를 운용하는데도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막지 못했습니다. 한국도 한미동맹을 통해 상당한 정보 감시 체계와 3축체제 (킬 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 시스템, 대량 응징보복)를 갖췄다고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죠. 항상 겸허하게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야 합니다.

둘째, 일방적 강압 정책만이 최선은 아닙니다. 그리고 상대의 의도와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 같아요. 지금 윤석열 정부는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면서 북한 체제의 붕괴를 바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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