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와 북한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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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4
에디터 노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유'

이 질문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가 이 전쟁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거기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쟁을 두고 한 편에서는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다른 한 편에서는 팔레스타인을 응원하는 시위가 전 세계 곳곳에서 확산하고 있습니다. 얼룩소는 이 전쟁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있습니다. 박현도 교수(서강대 유로메나 연구소)는 '무슬림의 분노 지수를 끌어올린 이스라엘 극우 정치'를 지적했습니다. 문정인 교수(연세대)도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억압 정책'이 이 전쟁을 일으킨 가장 큰 원인이라 진단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하마스 외적 원인에 집중했습니다. 얼룩소가 이번에 이야기를 나눈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조금 다른 시선을 갖고 있습니다. 하마스 내적 원인이 이 전쟁을 일으켰을 수 있다고 진단합니다. 

2023년 10월 13일 미국 뉴욕에서 친이스라엘 지지자들이 가자 지구에서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위한 시위에 참석한 사람들과 마주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유는?

하마스는 대외적으로 이스라엘이 가장 큰 적이라고 말하지만, 자신들의 최대 라이벌인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도 이스라엘만큼 큰 적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중동 데탕트(긴장 완화)' 시대가 오면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사우디로부터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것이고 국제 사회로부터 팔레스타인의 대표성과 정당성을 얻을 것입니다. 이것은 하마스로서는 치명적인 변화입니다. 팔레스타인 주민을 해방한다는 이유로 이스라엘과 무력 충돌을 일으키고 가자 주민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는 것이 진정한 해방투쟁이라고 말하기 어색해지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하마스 수뇌부와 이번 공격을 지휘한 무력 부대 수장 사이에 갈등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마스 수뇌부는 가자지구에 있지도 않고 카타르 도하에서 지내고 있는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기습공격에 대해 몰랐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가자지구에 있는 극단적 성향의 중하위급 지도부에서 하마스의 명령체계를 벗어난 결단을 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듭니다.


바이든의 '중동 데탕트'가 전쟁을 자극했다고 보나?

하마스는 누가 주도하는 것과 관계없이 데탕트가 오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조직입니다. 자기의 존재 가치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수니파의 맹주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화해하면 자신들이 정치적 구호를 외칠 대상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게다가 사우디 왕세자가 최근 개혁을 선포하면서 자국은 물론 아랍 세계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꽤 많습니다. 그런 왕세자가 이스라엘과 화해에 앞서 의도적으로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강조하며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유화책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전쟁과 바로 연결되지는 않더라도 중동 데탕트가 자극제 역할을 했을 수는 있습니다.


사우디가 팔레스타인 지지 입장을 냈다. '중동 데탕트'는 깨졌다고 봐야 하나?

중동 데탕트가 깨지면 테러리스트에게 굴복했다는 말이 나오기 십상인데,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에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을 겁니다. 사우디도 면이 안 서게 되기 때문에 이번 전쟁으로 잠시 멈추겠지만 깨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우디-이스라엘 데탕트의 직접적인 수혜자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이스라엘, 하마스 모두 자제해야 한다고 했지 이스라엘만 꼭 집어 비판하지 않았어요.


중동 전역에서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 될 가능성도 있나?

당사자들 말고 다른 국가들이 무력으로 개입하는 5차 중동전쟁으로 갈 가능성은 작습니다. 주변국 대부분은 혹시 모를 자국 내 반대 목소리를 견제하며 정권 생존을 지키기에 급급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집트의 경우 국경을 열어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 주민을 잠시라도 대피시키라는 이스라엘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가뜩이나 인기 없는 권위주의 정권인데 혹시 모를 불안정한 상황이 생길까 봐 바로 손절한 겁니다.

그렇지만 전쟁이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해서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는 최소화하고 인질도 최대한 구하면서 하마스 대원만 전멸시키는 작전에 기적적으로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소수의 세력은 여전히 남아있을 겁니다. 이 과정을 지켜본 다음 세대들이 다시 복수를 계획하고 조직하고, 이스라엘은 잔존 세력을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가자를 계속 봉쇄하고, 급진주의 추종 세력이 선제공격으로 도발하면 이스라엘이 또 공습하는, 지금까지와 비슷한 충돌 상황이 오래도록 지속될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두고 '팍스 아메리카나의 종말'이라는 의미 부여가 나오고 있다

중동에서 팍스 아메리카나의 후퇴는 미국이 원한 거예요. 미국 내 정치적 상황으로 볼 때 이번 전쟁이 미국의 의도를 돌리지는 못할 것입니다. 중동 개입이라 하면 미국의 유권자와 납세자들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기 때문입니다. 중동이 미국을 다시 끌어당길 거라는 예측도 나오지만, 미국은 전략을 수정하지 않을 것이고 조금씩 중동에서 떠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입장에서 보면 미국이 동북아는 굳건히 지킨다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한미 동맹에는 큰 문제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하마스와 북한을 비교하면서 우리 안보 상황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북한의 기습 공격이나 북한에 대한 강한 제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과 중동 급진주의 조직을 자주 비교하려 하지만, 하마스와 북한은 정치적 목표가 완전히 다릅니다. 하마스 같은 급진주의 조직의 목표는 최대한 지금의 상황을 타파하고 기존의 안정을 흔드는 게 목표입니다. 안정을 계속 파괴해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그 기회를 포착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없애고, 팔레스타인 주민을 해방하고,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자는 주장을 최대한 자주 강렬하게 외치는 것이 하마스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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