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진 해바라기 벌판에서

최서우
최서우 · 북독일 엘베강가의이야기
2023/09/08
얼굴을 동쪽으로 향하여 꼿꼿이 머릿결을 휘날리며 태양을 애타게 바라보던
해바라기 의 그리움이 구월이 되자 서러움으로 변한듯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올해는 거나하게 물결무뉘를 이루었던 해바라기 벌판의 모습을 놓쳤다.
절정을 지난 해바라기 밭에는 시기를 놓쳐 피어난 몇몇 늦깍이 해바라기 꽃이
가장자리 언저리에서 앞선 선배들의 몰락을 위로하며 지켜보고 있는듯했다.
갈색으로 잎이 타들어가고 줄기는 말랐다.
푸르른 잎들이 가까이서 보니 물기가 빠져가고 있는게 눈에띄게 보였다.
빛나던 황금빛 얼굴은 거무거뭇 해졌고 천사의 날개처럼 하늘거리던 노오란
머리는 다 빠져 몇올 남지않았다.


photo by 최서우

그것이 몰락은 아니다. 절정을 거쳐 내부에서는 치열하게 익어가고 있는것이다.
외형은 비록 허름하나 ,말라비틀어져 곧 산 목숨처럼 보이지않으나 그 속에서
딱딱하게 만들어지고 있는 피조물 을 보라
나는 죽지않았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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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 최현숙 영어강사 ,연극배우, 간호사,사주명리상담가등의 직업을거쳐 엄청깡촌인 북독일엘베강옆으로이주 폐쇄적사람들과 유배생활하고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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