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성예찬

몬스
몬스 · 네트워크 과학을 공부/연구합니다.
2023/05/21
생명체는 뭘 하는 존재인가. 진화나 돌연변이, 재생산, 지성이 있는 생명체에겐 진보와 같은 것들이 떠오른다. 그런데, 사실 더 중요한데 간과하는 게 있다. 항상성이다.

체온이나 혈당은 올라가면 내리고 내려가면 올린다. 심장은 몸의 상태에 맞춰 늘 적당한 혈액을 공급하고, 폐는 이에 맞춰 숨을 쉬어 산소를 공급한다. 이런 것들이 항상성인데, 참 대단한 일이면서도 간과해버리고 만다. 왜냐하면 정상 범위 내에 있다면 알아서 조절해버리곤 하니까. 그만큼 몸이라는 시스템이 대단한거고, 그만큼 익숙한 건 아무리 중요해도 안중요해지는 경사면을 살아가는 인간의 특징인 거 같다. 

항상성이 얼마나 중요하냐면, 이게 깨지면 죽는다. 생명체에게 있어 항상성은 필수다. 그러니까 진화 이런 것 보다도 당장 지금 제일 중요한 건 항상성이다. 진화도 변화하는 조건 속에서 항상성을 유지한 개체들에게나 주어지는 것이니, 내 생각에는 항상성이 무엇보다도 더 상위 개념인 것 같다.

사람에게 생기는 대부분의 문제는 항상성이 깨진다거나, 깨질 것을 염려하여 발생한다. 깨지면 당장 아프고, 깨질 것을 염려하면 미리 아프다. 뇌라는 게 꽤나 먼 미래의 일까지 염려하기 때문에 고통은 늘 잔잔하거나 심하거나 하는 식으로 함께한다.

물론 고통만 있는 건 아니다. 사이사이에 행복이란 걸 느끼기도 하니까. 그런데, 행복에도 항상성이 있다. 기쁘면 기쁠 수록 이를 눌러주고 제자리로 돌리는 작용이 있으니까. 이게 깨지면 병에 걸린다. 마약에 중독된다거나, 우울증을 앓는 경우가 그렇다. 행복을 좇는 일은 무척 중요하지만, 이 또한 항상성의 범주에 있다는 걸 망각한다면 아이러니하게도 행복해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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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 과학에 관심이 많고, 그 중 주로 네트워크 과학을 공부/연구/덕질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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