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감수할 가치가 있는 작은 위험 - 청소년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 글은 코로나19와 백신 키워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와 백신에 관한 정확한 정보는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질병관리청-코로나19예방접종 공식 홈페이지

1. 청소년 백신 접종, 이득 vs 위험

최근 일일 확진자 수가 7,000명을 넘었고 위중증 환자도 800명을 넘어섰습니다. 절대 규모도 문제지만 오르는 속도가 너무 가파릅니다. 의료체계 역량은 이미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유행이 걱정스러운 것은 백신 접종의 효과가 다소 감소한 고령층 확진 규모가 커졌기 때문입니다(아래 그림 참고). 전체 인구 중 발생률은 10만 명당 확진자 10.3명인데 60세 이상 중 발생률은 10만 명당 15.4명으로 1.5배입니다. 위중증, 사망자가 예상보다 많이 나오는 것은 고령 확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 평균보다 발생률이 높은 그룹이 하나 더 있습니다. 20세 미만 아동 청소년입니다. 고3을 제외하고는 아직 접종률이 낮은 편인 데다가 지역사회 감염 규모가 커지면서 아동청소년 감염이 늘었습니다. 12월 8일 기준 10만 명당 13.1명이 확진되었으며 증가세도 가파릅니다. 최근 20세 미만 확진자 2~4명 사이의 중환자가 나왔고, 너무 안타깝게도 10세 미만 아이 3명이 코로나19 감염 후 사망하였습니다. 성인에 비하면 위험이 현저히 낮은 편이지만 아이들에게도 위험은 여전히 존재합니다(이전 글 '무위험 옵션'은 없다 참고).

현재 백신 접종 대상인 12~17세만 좁혀서 본다면, 2021년 2월 이후 확진자 2만 9,000명 중 17%인 5,000여 명이 입원 치료를 받았고 그중 11명이 위중증으로 발전했습니다(질병관리청 브리핑). 다행히 아직까지 사망자는 없습니다.

청소년 백신 접종을 통해 이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현재 1차 접종률이 95퍼센트 정도인 고3 학생들(18세)의 코로나19 발생률은 10만 명 당 4.1명으로, 16~17세(접종률 72.8%) 10만 명 당 6.0명, 12~15세(접종률 39.2%) 10만 명 당 12.4명보다 현저히 낮습니다(아래 그림은 2차 접종 기준으로 작성). 2차 접종까지 마치면 감염 확률을 25분의 1로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청소년 중증이 많지 않긴 하지만 위중증 환자 11명은 모두 미접종군에서만 발생해 접종이 중증 예방에 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해외 사례에선 이미 청소년에게도 백신의 입원 및 사망예방 효과가 크다고 증명되었습니다. 특히 기저질환이 있는 청소년은 코로나19 감염 시 입원 확률이 크기 때문에 백신 접종이 필수입니다.

질병관리청 정례브리핑, 2021.12.9

백신 접종에 보건 상의 이득만 있는 게 아닙니다. 감염 위험이 낮아지면 감염으로 인한 학습 중단의 확률도 낮아집니다. 백신 접종을 하면 확진자와 접촉해도 (검사 결과 음성이 나온다는 전제 하에) 격리가 면제되어 역시 안정적으로 학습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접종한 학생의 학부모들도 돌봄 부담을 덜고 경제활동에 지장을 덜 받습니다. 집안에 어르신이 계신 경우 아이에서부터 전파될 확률이 줄어드니 역시 이득이 큽니다.

물론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 잘 압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상반응 빈도가 높지 않습니다. 현재 12~17세에서 신고된 이상반응은 접종 10만 회당 277.9건으로 성인(365.1건)보다 적습니다. 이 중 대부분 경증 이상반응이고 며칠 후 회복됩니다. 중증 이상반응으로 보고된 건은 전체 접종 110만여 회 중 12건의 아나필락시스와 27건의 심근염 및 심낭염 의심 사례입니다. 역시 모두 회복되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청소년 접종 사례에서도 접종자 1만~10만 명 당 1명 정도의 심근염, 심낭염 이상반응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 위에 말한 내용은 대부분 질병관리청에서 잘 정리해서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관계자 분들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접종의 이득과 위험을 평면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접종대상자 및 동거가족의 건강상태와 대면 학습 중단의 비용은 개인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유행 상황에 따라 감염 확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접종(으로 막을 수 있는 감염에 따른)의 이득이 달라집니다. 다만 아래 미국 CDC(질병관리청 격) 자료에서 보듯, 유행이 심각한 곳에선 접종의 이득이 접종의 (드문) 위험을 훨씬 상회합니다.

Rosenblum (2021) "Pfizer-BioNTech COVID-19 vaccine and myocarditis in individuals aged 16-29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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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합리적 우려?

그렇다면 접종을 주저하는 아이들, 또는 그 학부모들은 비합리적 우려를 하고 있는 걸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백신 접종은 본인의 의지에 따른 능동적 행위이며, 접종으로 인한 이상반응은 그 행위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은 피하려고 시도하다가 불운의 결과로 나타납니다. 즉, 개인이 선택한 결과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말하지면 백신 접종의 이득, 즉 코로나19 감염 시 위험은 {(코로나19 걸릴 확률) * (코로나19 감염시 중증화율)}로 평가되지만 백신 접종의 위험은 {100%*(접종 이상반응 확률)}로 평가됩니다. 코로나19를 조심스럽게 피해다녀서 (코로나19 걸릴 확률)을 유의미하게 줄일 수 있다면 개인에게 백신 접종 이득보다 비용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험회피 성향이 큰 사람의 경우 백신 접종과 코로나19 감염을 모두 피할 유인이 큽니다. 능동적 행위의 결과인 백신 접종 이상반응이 코로나 감염의 위험보다 크게 느껴지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특히나 자기 아이에 대한 위험이라면 더 보수적으로 반응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본인의 접종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부모들이 아이 접종은 주저하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소아, 청소년 접종은 권고 수준에 머물렀고 성인 수준의 인센티브나 페널티를 주지 않았습니다(9.27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최은화 위원장 발언). 이번에  청소년 이용시설 대상으로 방역 패스를 확장한 것은 청소년 발생률이 증가하는 가운데 접종률을 늘려보려는 목적입니다. 72시간 내 PCR 검사 음성확인서로 백신 접종을 대체할 수 있긴 하지만 매번 (코를 찌르며) 검사받는 게 쉽지 않으니 학부모들은 접종 강요로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사실 청소년 방역 패스는 비용 대비 효과가 큰 정책은 아닙니다. 청소년 감염이 의료체계에 주는 부담도 고령층에 비하면 매우 작습니다. 60세 이상 확진자의 중증화율은 접종군에서 4%, 미접종군에서 10% 정도인 반면 20세 미만 확진자의 중증화율은 접종 여부 상관없이  0.05% 미만에 불과합니다. 12월 9일 기준 위중증 환자 857명 중, 60세 이상 고령이 715명으로 83%를 차지하는 반면 20세 미만은 2명으로 전체의 0.2%를 차지할 뿐입니다. 즉, 병상 부족이 심각한 문제인 현 상황에서, 청소년 접종률 제고를 통해 (그게 개인에겐 이득일 수 있지만) 사회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은 크지 않다는 뜻입니다. 불필요한 갈등 유발을 감수하면서 추진하기에 방역 패스는 좋은 정책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제 걱정은 방역 패스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이 이어지면서 백신 접종의 이득과 위험에 대한 진지한 평가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비합리적 신념이나 허위과장 정보에 의해 접종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방역 패스를 반대하는 목소리와 한 데 섞여 너무 크게 들린다는 느낌입니다. 이해할만한 이유로 접종을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부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어 더 접종을 주저하게 될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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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감수할 가치가 있는 위험

우리나라는 신념에 의한 접종 거부가 많은 편은 아닙니다. 이미 성인 인구 대상 90% 이상이 접종을 마쳤고 고3의 경우 감염 시 위험이 작음에도 불구하고 (수능 응시라는 확실한 이득이 있으니) 95% 이상 접종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꼭 방역 패스가 아니어도 접종의 이득을 더 강조하면 더 많은 청소년들이 접종을 받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체 감염 규모가 커지면 학생들도 감염 및 밀접접촉 확률이 커질 텐데, 그러면 앞서 말한 접종의 보건 측면 이득과 교육 및 경제 측면 이득이 더더욱 커집니다.

여전히 이상반응에 대한 걱정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과제로 남습니다. 제가 예전 글('무위험 옵션'은 없다)에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아이들의 생명은 너무나 소중하고, 개인에게 이 사망은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할 비극이지만, 우리는 때때로 그 위험의 확률을 평가한 후 활동을 이어갑니다. 감염성 질환, 호흡기 질환이 두려워도 외출을 하고 사람들을 만납니다. 교통사고가 두려워도 차를 타고 길을 나섭니다. 중요한 건 위험의 크기가 감당할 만큼 작은지, 내가 하는 활동이 그 위험을 감수할 만큼 가치 있는지입니다. 위험의 크기를 충분히 줄이기 위한 노력도 당연히 같이 가야 합니다.

백신 접종에도 동일한 논리가 적용됩니다. 백신 접종에 매우 드문 중증 이상반응이 나타나는 것, 방치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게 사실이지만, 제 생각에 그 위험의 크기는 감당할 만큼 작고, 백신 접종의 이득은 위험을 감수할 만큼 큽니다.

글을 맺으며 개인적인 얘기 하나만 하겠습니다. 제 둘째 아이가 얼마 전에 태어났습니다. 당시 자연분만을 하기 위해 병원에서 대기 중인데, 갑자기 태아의 심박수가 올라가며 응급 제왕절개를 해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아내는 수술실로 가고 저는 수술동의서를 작성하러 사무실에 들어갔는데 간호사가 무시무시한 말을 합니다. 제왕절개 수술이나 마취를 할 때 드물게 부작용이 발생하고, 1만 명 중 한 명 정도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1만 명 당 한 명, 0.01%의 낮은 확률이지만 그게 우리 사례가 된다면? 하는 질문이 잠깐 떠올랐지만 거의 고민 없이 동의서에 서명을 했습니다. 0.01%의 위험을 감수하는 게 아이 심박수가 높은 상태에서 분만을 지체하는 것보다 훨씬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나 이제 백일을 맞았고, 아내 역시 고생이 많았지만 잘 회복되는 중입니다.

백신 접종의 위험은 이보다 훨씬 낮습니다. 중증의 확률이 1만 명에서 10만 명 당 1건 정도고, 조기 발견해서 처치만 잘한다면 사망할 확률은 거의 0에 가깝습니다. 백신 접종을 권고하는 의사 선생님들께서 온갖 비난을 받는 장면을 보며 이 글을 쓰기도 주저됩니다. 하지만 저는 백신 접종이 저의 두 아들 포함,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게 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저에게 "넌 아이들이 백신 맞고 죽으면 좋겠지?"라고 말해도 이 생각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고민하시는 분들께 제 글이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