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호’한 삶과 ‘화폐’ 없는 인생 - 한대수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8/11
노랭 몰입하는 한대수. <정규앨범 14집 Creme De La Creme>의 녹음 장면. ( 2016. 1. 25. AUDIO GUY, 통의동)
자유를 외치던 한국 최초의 히피 가수, 한대수(韓大洙, 1948~ )
   
뉴욕과 서울을 오가는 자유로운 영혼
   
‘뉴욕 퀸즈’와 ‘서울 신촌’을 오가며 살아가는 삶. 뭔가 근사하고 화려해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맨해튼에서 버스로 한 시간이나 떨어져 있지만, ‘투 베드룸 스튜디오’로 불리는 낡은 아파트는 월세가 4,500달러나 한다. 젊은이들의 거리 신촌의 집 역시 고시원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원룸이다. 평생 돈 걱정은 안하고 살 것만 같은 자유로운 영혼의 한대수도 하루하루 월세 걱정과 딸아이 교육 문제로 골치가 아프다. 그래도 그는 훌쩍 떠나고 언제고 또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정신’과 ‘마음’을 지니고 있기에, “화폐”가 없어도 “양호”할 수 있다.

한대수(韓大洙, 1948~ )는 노인이 된 지금도 긴 머리를 풀어 헤치고, 청바지에 가죽재킷을 즐겨 입는다. 하지만 그의 외양은 상대에게 불편함이나 위압감을 주지 않는다. 전형적인 ‘로커’의 복색이지만, 한대수만의 ‘아저씨 핏’으로 소화하기 때문이다. 그는 그런 헐렁한 옷차림을 하고 서두를 필요 없다는 듯 천천히 주변을 관찰하며 길을 걷는다. 거리에서 만난 젊은이들이 자신을 대하는 무람없는 행동과 말투도 아무렇지 않아 하고, 새로 바뀐 가게 간판도 흥미롭다는 듯이 한참을 들여다본다. 별것 아닌 것들에 관심을 보이는 그의 모습은 마치 ‘한량’이나 ‘잉여’로만 보인다. 한시 바쁘게 긴장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기에 그의 삶은 그저 한가하고 여유롭게 느껴진다. 

그러나 백발이 성성하다 못해 수염마저 하얗게 세는 나이가 된 지금도 한대수는 새로운 노래를 만들고, 실험적인 공연을 계속 시도한다. 홍대에서 젊고 가난한 밴드와 지하실에서 함께 연습하며, 조그만 클럽에서 밤새하는 공...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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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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