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5
이 약으로 말씀드리자면, 아플 틈도 없이 배 고프던 시절의 유일한 약이었습니다. 유일한 박사가 버들표를 로고로 세운 유한양행이 1933년 처음으로 시중에 내어놓은 소염진통제입니다. 머리에 흰 수건을 쓴 여인이 용기 곁면에 그려진 안티푸라민은, 전쟁 이후의 상처 받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모성을 느끼게 한 듯합니다. 안티푸라민의 원조 격으론 멘소래담이 있습니다.
1889년 미국 캔자스주(州)에서 태어난 멘소래담에는 어린 소녀가 그려져 있는데(동안의 간호사인지도 모르지만), 안티푸라민에는 성숙하고 자상하며 상냥해 보이는 간호사가 그려져 있습니다. 안티푸라민의 여성 캐릭터는 맨소래담에 비해 어머니상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안티푸라민은 창업주인 유일한 박사의 부인 호미리 여사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합니다. 소아과 의사였던 호여사는 당시 아이들의 상처에 발라줄 연고제가 없는 걸 안타깝게 여겨 남편이 시작한 유한양행의 첫 제품으로 만들게 했답니다. 이처럼 안티푸라민 뚜껑에 그려진 여성의 캐릭터는 아이를 걱정하는 모성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여담으로, 유한양행을 상징하는 버들표의 로고그림은 독립운동가 서재필의 딸이 그려 주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안티푸라민은 멘톨과 장뇌와 살리실산이 함유된 비교적 간단한 성분의 약입니다. 간단한 성분에도 불구하고, 이 약의 쓰임새는 결코 간단하지가 않았습니다. 이 약의 용도는 진통소염제에도 불구하고 임상적으로 폭넓게 사용되었지요. 타박상은 기본이고 찰과상에도 쓰였습니다. 멍이 들거나 근육통에야 적절한 처방이겠지만, 피부가 벗겨지고 출혈이 나는 상처에 바를 경우 상당한 고통을 감수해야 함에도 그것은 애용되었습니다.
안티푸라민은 그런 고통의 세대와 친숙한 약품이었습니다.
당시의 학교에선 체벌이 당연하게 여겨졌습니다. 지각을 하거나, 수업태도가 나쁘거나, 복장 불량은 물론이고, 덕수제과나 무과수 제과에서 여학생과 ...
@진영 아직도 애호할만한 약이군요.
지금도 안티푸라민은 저의 최애 약품입니다. 안티푸라민이 없으면 저 삶의 질은 곤두박질 칠 것입니다. 건조해서 쩍쩍 갈라지는 입술은 그 약 아닌 어떤 것으로도 다스릴 수가 없거든요. 립밤? 오. 노. 그 딴 건 아무 소용없죠. 시간이 지나면 되려 입술이 굳어질 뿐이죠. 바세린, 멘소레담과는 비교가 안되는 적당히 화한 자극과 알맞은 묽기를 가지고 피부를 촉촉하게 만들어 평생 저의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4철 애용하지만 특히 겨울. 안티푸라민 없는 겨울은 악몽 그 자체죠. 아무리 말라 까스래기가 일고 갈라진 입술도 하룻밤만 듬뿍 바르고 자면 원래의 말랑한 입술로 돌아오니까요.
여름엔 단연코 벌레 물린데 바르죠. 호랑이연고가 더 자극적이긴 하지만 비싸고 독해서 입술엔 절대 바를 수 없지요.
안티푸라민 용기가 플라스틱으로 바뀌고 이젠 색깔도 바뀌었더군요. 노르스름한 색에서 거의 투명한 흰색으로. 약간 묽어진 것 같기도 하고.
안티푸라민이여~ 변함없이 오래오래 우리 곁에서 함께 하길.
나의 만병통치약 안티푸라민을 만들어 주신 분께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천세진 반갑습니다. 이야기 보따리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글을 만났는데, 얼룩소에서 뵙게 되네요. 반갑습니다! ^^
@진영 아직도 애호할만한 약이군요.
페이스북에서 글을 만났는데, 얼룩소에서 뵙게 되네요. 반갑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