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2] 너는 내가 ‘꿀 빠는 애’로 기억할게

율무선생
율무선생 · 사회는 빛과 그림자의 산물이다
2023/07/14
“00아, 건강도 다 네 책임이야. 네가 관리해야 돼.”

내가 카페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들었던 가장 최악의 말 중 하나였다. 카페 사장은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장이었고, 개인카페였다. 용산에 있는 한 카페였었는데 집과 거리가 있었으나, 그곳에서 일하는 것이 무척이나 좋았다. 같이 일하는 사람 또한 좋았다.

이를테면 가끔 디저트를 하나씩 포장해가도 된다는 선의, 일을 잘한다는 칭찬, 휴가는 못 가더라도 이 돈으로 맛있는걸 사먹으라며 주는 작은 돈.

그러나 1년 이상 일하던 무렵, 나는 이 카페가 상당히 이상하고 오싹한 구석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동안 받아온 선의가 무색해질 정도로.

“네? 외주를요?”

사장은 내게 일러스트 외주를 맡겼었다. 그런데 외주비 대신 자신이 쓰고 있던 전자제품을 주는 것을 대신하여 카페 굿즈 여러 개를 제작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었다. 나는 그 요청을 수락했다. 어찌되었건 초짜인 나에게 이런 굿즈 제작 요청은 좋은 경험이 될거라 믿었다.

하루종일 일하고 밤을 새서 굿즈 디자인을 제작했다. 그러다 방광염에 걸리고 말았다. 산부인과에서 내 방광염을 두고 ‘신우신염으로 갈 위험이 높으니, 새벽에 미열이 지속된다면 응급실로 전화를 걸어야 한다’ 는 말까지 하였을 정도다.

여성의 방광염은 성 매개 감염이 원인이기도 하나, 주로 스트레스와 염증 관리가 되지 않으면 발병되기도 하는데, 나는 후자의 경우였다. 당시 카페 바리스타 일을 2개나 하고 있었는데, 굿즈를 만든다고 새벽을 새기까지 하니 몸이 망가지고 만 것이다.

결국 굿즈를 의뢰한 사장에게 방광염 걸린 사실을 알리게 되었다. 알린 이유는 간단하다. 화장실을 자주 가야 하기 때문에 평소처럼 사장의 메뉴얼대로 9시간 내내 서 있는 건 참고 일할 수 있으나, 화장실 가는 일에 대해선 조금 자유롭길 바랬다.

그때 사장이 웃음 소리를 내면서 이런 말을 했다.

“근데 00아, 방광염이든 뭐든 건강 관리는 네가 해야 되는거야.”

나는 이 말을 듣고 ‘엥?’ 하는 감정이 들었다. 보통은 걱정을 해주고 말 일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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