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이른 저녁에 온다.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3/09/02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한낮의 퇴근은 토요일에만 느낄 수 있는 축복 같은 것이어서 걸음은 더 느려집니다, 축복받는 일은 더디고 오랜 시간을 허비해도 좋은법이니까요.
 
그 축복은 모퉁이 상가 델리만쥬기계를 쳐다보며 그 어지럽도록 달콤한 구경을 하며 피란 불이 깜빡이도록 서성거리게 합니다.
 
집으로 돌아와 늦은 점심을 간단히 챙겨 먹고 오후 시간을 낭비하듯이 누워 낮잠을 잤습니다. 주중에 모자란 잠을 한꺼번에 보상받기라도 하듯이 땀을 흘리며 자고 일어나 집안 온도를 보니 32도였습니다. ‘모자란 잠’이라고 쓰고 모란이라고 읽습니다.
 
성급히 밖으로 나가자 해는 아직 눈부시게 밝은데 햇살은 고양이처럼 부드럽게 꼬리를 들고 발목을 슬쩍 스치듯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건널목을 건너고 잠시 그늘에 앉아 멍하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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