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이 지나 쓰는 여행기3_여행자와 개들의 도시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2/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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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렸을까. 산과 계곡을 모두 지나고 평지로 들어서고도 한참을 더 달려서야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 도착했다. 도착하고도 나는 그곳이 한 나라의 수도라고 인지하지 못했다. 아스팔트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흙먼지 가득한 길 위로 자전거와 오토바이, 자동차가 어지러이 뒤섞여 내달렸다. 운전자가 도착했다고 쐐기를 박듯 말한 뒤에야 이제는 정말 차에서 내릴 때가 되었다는 걸 실감했다. 

티벳에서 함께 넘어온 친구들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가이드북과 각자 알아온 정보들을 취합해 서로 가까운 인근에 숙소를 잡았다. 숙소 주인은 밤 열한시가 되면 카트만두 전역에 전기공급이 끊긴다며 그 전에는 숙소로 돌아오라고 일렀다. 작은 욕실이 딸린 방은 그럭저럭 지낼만 했다. 그런데 물이 자주 끊겼다. 숙소 주인은 네팔에서는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럴 때면 페트병에 물을 받아 샤워를 하곤 했다. 그렇게 적은 양의 물로도 샤워가 가능하다는 걸 그때 알게 됐다.

카트만두는 여행자의 도시였다. 마치 태국의 카오산로드처럼 세계 각지에서 히말라야 등반을 위해 온 다양한 여행객들이 그곳으로 몰려들었다. 나처럼 장기 여행자는 여행자의 도시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해진다. 한국에서 나는 특별한 여행객이지만, 그곳에서는 그저 평범한 여행객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밀린 일들을 처리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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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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