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 먹어서 맛있다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11/26
"김장 담근건데 함 먹어봐여"
내가 담근 김치지만 웬일로 맛이 괜찮기에 남편한테 슬쩍 권해본다. 
" 응? 엄청 맛있네!" 
손으로 쭉쭉 찢어 논 김치를 먹어 본 남편의 반응이다.
나는 기쁜 기색을 애써 감추며 당연하다는듯,  맛이 괜찮져. 하고 덤덤하게 말하려고 노력했다. 속으론, 역시 검증된 레시피로 담궈야해. 똑같은 재료로 담그는데 맛이 이렇게 다른 건 모두 비율 문제였어. 흐흐... 하고 생각하면서.
거기까지 했으면 기분 좋은 상태가  유지되었을텐데 무심코 한 한 마디 말 땜에 좋던 기분이 한순간 와장창 무너져버렸다.
"내가 배추 몇 포기 갖다 준 집 있잖아여. 그 배추로 김치 담궜는데 맛있다고 좋아하던데 "  하자
"그래, 우리 배추 같은게 맛있는 배추야. 그러니 우리 김치도 맛있잖아."  하는게 아닌가.
" 뭐요?!!  배추가 맛있어 김치가 맛있다고? 김치를 잘 담궈서 맛있는거지!!!"
빽 소리를 지르자 남편은 아차 했는지  그래 맞다 맞다. 하면서 황급히 자리를 떴다.

내가 이렇게 말 한 마디에 날카롭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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