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세곡
천세곡 ·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느리게
2024/11/28
27일 하남시 상산곡동에서 눈길을 달리던 화물차가 전도된 모습 ⓒ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눈이 많이 왔다. 아침에 창문 밖을 보니 옆집 지붕 위로 쌓인 눈이 보였다. 언뜻 봐도 한 뼘이 넘을 만큼 쌓여 있다. 남자치곤 작은 손이지만 쌓인 두께가 범상치 않다.

  서울 기준 어제 내린 눈은 첫눈이었다. 작년보다 9일이나 늦었다. 그런데 첫눈이 엄청난 폭설로 와버렸다. 늦은 걸 반드시 만회하겠다는 듯 영혼까지 끌어모아 펑펑 쏟아냈나 보다. 

  3년 전 겨울 어느 날, 눈이 엄청 내렸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눈발이 점점 굵어져 앞이 안 보일 지경이었다.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조심스럽게 걸어 주차장에 도착해 시동을 걸었다.

  하필이면 그날 내렸던 눈은 기습적인 폭설이었다. 예상치 못한 눈이었기에 안타깝게도 제설 작업이 제 때 이뤄지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도로는 더 엉망이 되어갔다. 

  그래도 곧 괜찮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조심조심 도로에 합류했다. 이때까지는 상상도하지 못했다. 나에게 다가오는 엄청난 일을.

  도로 위에 있는 차들은 푸른 신호에도 반응하지 않고 있었다. 날씨에 맞춰 얼음땡 놀이라도 하는 듯 모두가 그대로 멈춰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10분, 20분이 지나도 내 차는 꿈쩍도 하지 못했다. 분명 주차장을 벗어났는데 또다시 주차장에 들어간 기분이랄까.

  당시 나의 퇴근길은 용산의 동부이촌동 쪽에서 한강대교 방면으로 가는 코스였다. 해당 코스는 평상시에도 자주 막히는 구간이고 폭설까지 오고 있으니 나름의 각오는 하고 출발을 했다.

  한강대교 진입로까지 가는데 아무리 밀려도 30분 이상 걸린 적은 없다. 길어봐야 40~50분 걸리겠지 싶었는데 나는 그날 무려 두 시간 동안 이촌동조차 빠져나오지 못했다. 

  속 타는 운전자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이 쏟아진다. 안 막히고 신호 잘 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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