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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이훤 "사랑을 대충하지 않는 사람"

ⓒ정멜멜
2023년 대한민국 출판계에 여러 이슈가 있었지만 젊은 작가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을 크게 반긴 독자들이 많았습니다. 1992년생 이슬아 작가와 1987년생 이훤 시인. 두 사람은 영어 공부를 하다가 만났는데요. 그 인연의 시작은 이슬아 작가가 글을 쓰고 이훤 시인이 사진으로 참여한 산문집 『끝내주는 인생』에 자세히 나옵니다. 지난 10월 7일, 두 사람은 소규모 결혼식을 했습니다. 유튜브 채널 <이슬아>에 1시간 17분짜리 결혼식 영상을 공개했는데 조회수 14만을 기록했습니다. 두 사람은 유튜브 계정만 있을 뿐 채널을 본격적인 운영하진 않는데 말이죠.

왜 풀 영상을 공개했냐고 물으니 이슬아 작가는 말했습니다. "초대 못한 분들이 많아서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여러 사람들의 귀여운 항의도 있었는데, ‘솔직히 <일간 이슬아> 구독자한테는 결혼식 생중계해줘야 되는 거 아닙니까?'와 같은 이야기를 들어서 영상을 빠르게 편집해서 올렸다. 못 와서 서운했던 지인들께 바치는 용도였는데 14만 회나 재생될 줄은 예측하지 못했다"고요.

이슬아 작가, 이훤 시인은 당분간은 새로운 일을 받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12월, 늦은 신혼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2023년이 가기 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집필, 강연, 북 토크, 공연 등으로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두 작가가 더없이 행복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훤 시인이) 결혼 전에도 엄청 좋았고 지금도 엄청 좋다"고 말하는 이슬아 작가와 "슬아, 슬이, 선생님 등으로 부르다가 사소한 말을 하고는 말미에 '친구야'하고 말을 보탤 때 이 순간이 좋다"고 말하는 이훤 시인에게 사소한 안부를 물었습니다.  

이훤 시인, 이슬아 작가
연락을 드렸을 때 신혼여행 중이셨다고요. 어디를 여행 중인가요?

🙋 하와이에서 신혼 여행 겸 출장 중이에요. 날씨가 환상적이라 모든 일을 즐겁게 겪게 되네요. 시간이 남으면 해변에서 요가를 하고 서핑을 배우고 밥을 합니다. 매일 함께 밥을 차려 먹고 치우는 나날입니다.  🙆‍♂️ 슬아가 바다에 있는 동안 저는 공원에서 책 읽거나 작업을 합니다. 어젠 돗자리에서 긴 낮잠을 잤어요. 갑자기 여유로워져서 당황스러워요. 하와이만큼 서핑을 배우기 좋은 데가 드물겠지만, 신혼여행에서도 어떻게든 새로운 걸 배우는 슬아가 저는 너무 웃겨요. 

여행 중에도 배움을! 슬아 작가님답네요. (웃음) 결혼을 해서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 결혼식은 10월에 했지만 혼인신고는 훨씬 더 일찍 했어요. 미국과 한국을 넘나들며 함께 생활해보았고, 같이 살아보니 정확히 이런 삶을 반복하고 싶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온갖 수치와 후회를 겪은 날에도 훤이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게 제게는 엄청난 안도입니다. 결혼을 해서 좋은 점이라기보다는 파트너가 훤이라서 좋은 점일 텐데요. 저는 훤이 만큼 뛰어난 응원자를 알지 못합니다. 사랑을 대충 하지 않는 작가라서 쭉 반해있습니다.   

🙆‍♂️ 둘일 때 가장 충만하다는 감각이요. 아무리 가까운 사람과 있어도 혼자가 더 편했는데요. 슬아를 만나니 둘이 있는 시간에 가장 저 같은 게 신기해요. 정말 많이 웃고요. 하기 싫은 일들이 더 수월해져요. 존경하는 동료가 연인이 되었다는 게 아직도 잘 믿기지 않아요. 

결혼제도에 들어갈지 말지에 대해 망설이진 않았나요?

🙋어릴 때나 지금이나 결혼에 대한 환상은 없었어요. 일부일처제가 부자연스러운 통념이라고 생각했고요. 연애에서의 다양한 실험을 적극적으로 하며 몹시 성애적인 인간으로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훤이를 만나면서  자문했어요. 결혼이라는 부자연스러운 형식은 이런 사람이랑 하라고 있는 거 아닐까. 이만큼 잘 맞으면 제도 속에 들어가도 좋겠다고 낙관하게 되었습니다. 

🙆‍♂️ 결혼이 쉽지 않은 약속이라고 늘 생각했어요. 최선을 다하는 두 사람이 만나도 순탄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슬아와 함께 지내보니 서로의 타고난 기질이 강화되고 빈약한 구석은 채워지더라고요. 그런 연인을 만나지 않았다면 굳이 결혼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결혼 소식을 전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있나요? 

🙋이슬아가 남자랑 결혼한다니…’ 같은 반응이 여럿 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저 역시 여자랑 결혼하는 제 모습을 종종 그려보았는데 이 우주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법적인 부부 관계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아직까지는 이성애 커플의 특권일 텐데요. 성혼선언문에도 썼지만 저의 퀴어 친구들을 배제하지 않는 혼인 관련 제도가 법제화되는 그날까지 힘쓰고 싶습니다.   

🙆‍♂️ 가장 웃긴 반응은 “대안학교 교사 같은 둘이 결혼하네”였고요. 의외의 이야기는 “서로 얼굴이 점점 닮아간다”였어요. 요즘은 같이 거울 보다가 정말로 그런 것 같아서 흠칫 놀랄 때가 있습니다.   

결혼식에 특별한 시간들이 가득했죠. 특별히 김민정 시인의 축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 그날 너무 많은 큰 마음을 여러 번 받느라 좋음의 임계치에 넘어서버렸는데요. 하나씩 천천히 다시 돌아오더라고요. 가장 먼저 들은 게 김민정 시인의 축시여서 참 좋았어요. 꾹꾹 눌러담은 신호탄 같았거든요. 아름답고 웃기고 속깊고… 인장을 남기듯 한 문장씩 속으로 따라 말하고. 감탄하며 들었어요. 그게 저희를 위한 시였다는 게 지금 돌이켜 보면 역시 조금 믿기지 않네요. 

결혼 후,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작업, 행사 들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같이 제안을 받기도 하고 별도로 받은 제안을 협업으로 꾸리기도 하시는데요.  파트너와 함께 일하면서 얻는 장점과 시너지에 관해 이야기해주세요.

🙋 제가  『가녀장의 시대』의 첫 문장을 쓰기 전부터 훤이가 말했어요. 이 소설 무조건 드라마화 된다고. 너는 각본가로 데뷔하게 될 거라고. 훤이는 저보다 먼저 저를 믿어주는 동료 작가예요. 그런 지지가 얼마나 큰 힘인지 몰라요. 저희는 텍스트와 이미지로 협업할 때 합이 특히 좋아요.  『끝내주는 인생』처럼요. 어떻게 하면 우리가 더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죽을 때까지 연인일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저희 삶의 주제일 것 같아요.   

🙆‍♂️ 각자 연마해온 언어가 달라서 생기는 시너지가 있어요. 저는 주로 시, 사진 그리고 전시 언어를, 슬아는 소설과 칼럼, 인터뷰 등을 단련해왔는데요. 운문가와 산문가가 두 개의 다른 응시를 내놓는다는 게 가장 큰 장점 같아요. 시각 작업자와 활자 작업자가 주고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호작용도 경험해보았고요. 무대 위에서도 대화의 합이 무척 좋습니다. 

함께 하는 시간이 꽤 많은 듯한데, 개인의 시간을 확보하고 있나요?

🙆‍♂️
개인 시간을 원한다고 서로 편하게 이야기해요. 근데 혼자보다 둘이 있는 게 편해서, 주로 같은 공간에서 개인 시간을 보냅니다. 🙋 맞아요. 훤이는 대형 헤드폰을 쓰는 방식으로 종종 혼자가 되고, 저는 부르고 싶은 노래를 눈치보지 않고 부르며 개인 시간을 즐깁니다.  

일주일 뒤면 2024년입니다. 내년에 두 분을 검색하면 나왔으면 하는 연관 검색어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 ‘전시’와 ‘사진 산문집’입니다. 하반기에 개인전이 있을 예정이어서요. 그리고 이미지와 텍스트가 다르게 관계 맺는 두 권의 사진 산문집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 ‘가녀장 드라마 캐스팅’ 이 떴으면 좋겠어요. 어떤 배우분들이 제 각본을 연기할지 내년엔 제발 알고 싶어요.

얼룩커분들에게 어떤 질문을 받고 싶나요?

🙋🙆‍♂️ 저희에게 정말로 궁금한 것들이라면 무엇이든요. 최대한 솔직하고 유머러스하게 답하겠습니다.



수필, 칼럼, 서평, 인터뷰, 서간문, 소설, 드라마 각본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글을 씁니다. 『심신 단련』, 『깨끗한 존경』, 『창작과 농담』, 『끝내주는 인생』 등 열세 권의 책을 집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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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예술대학에서 사진학 석사를 마쳤다. 『양눈잡이』 『우린 너무 절박해지지 말아요』 『아무튼, 당근마켓』 등을 쓰고 찍고 『벨 자』(실비아 플라스) 『정확한 사랑의 실험』(신형철) 『끝내주는 인생』(이슬아) 등에 사진으로 참여. 
스튜디오 ‘작업실 두 눈’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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