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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이훤 "사랑을 대충하지 않는 사람"
2023년 대한민국 출판계에 여러 이슈가 있었지만 젊은 작가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을 크게 반긴 독자들이 많았습니다. 1992년생 이슬아 작가와 1987년생 이훤 시인. 두 사람은 영어 공부를 하다가 만났는데요. 그 인연의 시작은 이슬아 작가가 글을 쓰고 이훤 시인이 사진으로 참여한 산문집 『끝내주는 인생』에 자세히 나옵니다. 지난 10월 7일, 두 사람은 소규모 결혼식을 했습니다. 유튜브 채널 <이슬아>에 1시간 17분짜리 결혼식 영상을 공개했는데 조회수 14만을 기록했습니다. 두 사람은 유튜브 계정만 있을 뿐 채널을 본격적인 운영하진 않는데 말이죠.
왜 풀 영상을 공개했냐고 물으니 이슬아 작가는 말했습니다. "초대 못한 분들이 많아서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여러 사람들의 귀여운 항의도 있었는데, ‘솔직히 <일간 이슬아> 구독자한테는 결혼식 생중계해줘야 되는 거 아닙니까?'와 같은 이야기를 들어서 영상을 빠르게 편집해서 올렸다. 못 와서 서운했던 지인들께 바치는 용도였는데 14만 회나 재생될 줄은 예측하지 못했다"고요.
이슬아 작가, 이훤 시인은 당분간은 새로운 일을 받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12월, 늦은 신혼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2023년이 가기 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집필, 강연, 북 토크, 공연 등으로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두 작가가 더없이 행복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훤 시인이) 결혼 전에도 엄청 좋았고 지금도 엄청 좋다"고 말하는 이슬아 작가와 "슬아, 슬이, 선생님 등으로 부르다가 사소한 말을 하고는 말미에 '친구야'하고 말을 보탤 때 이 순간이 좋다"고 말하는 이훤 시인에게 사소한 안부를 물었습니다.
연락을 드렸을 때 신혼여행 중이셨다고요. 어디를 여행 중인가요?
🙋 하와이에서 신혼 여행 겸 출장 중이에요. 날씨가 환상적이라 모든 일을 즐겁게 겪게 되네요. 시간이 남으면 해변에서 요가를 하고 서핑을 배우고 밥을 합니다. 매일 함께 밥을 차려 먹고 치우는 나날입니다. 🙆♂️ 슬아가 바다에 있는 동안 저는 공원에서 책 읽거나 작업을 합니다. 어젠 돗자리에서 긴 낮잠을 잤어요. 갑자기 여유로워져서 당황스러워요. 하와이만큼 서핑을 배우기 좋은 데가 드물겠지만, 신혼여행에서도 어떻게든 새로운 걸 배우는 슬아가 저는 너무 웃겨요.
여행 중에도 배움을! 슬아 작가님답네요. (웃음) 결혼을 해서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 하와이에서 신혼 여행 겸 출장 중이에요. 날씨가 환상적이라 모든 일을 즐겁게 겪게 되네요. 시간이 남으면 해변에서 요가를 하고 서핑을 배우고 밥을 합니다. 매일 함께 밥을 차려 먹고 치우는 나날입니다. 🙆♂️ 슬아가 바다에 있는 동안 저는 공원에서 책 읽거나 작업을 합니다. 어젠 돗자리에서 긴 낮잠을 잤어요. 갑자기 여유로워져서 당황스러워요. 하와이만큼 서핑을 배우기 좋은 데가 드물겠지만, 신혼여행에서도 어떻게든 새로운 걸 배우는 슬아가 저는 너무 웃겨요.
여행 중에도 배움을! 슬아 작가님답네요. (웃음) 결혼을 해서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 결혼식은 10월에 했지만 혼인신고는 훨씬 더 일찍 했어요. 미국과 한국을 넘나들며 함께 생활해보았고, 같이 살아보니 정확히 이런 삶을 반복하고 싶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온갖 수치와 후회를 겪은 날에도 훤이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게 제게는 엄청난 안도입니다. 결혼을 해서 좋은 점이라기보다는 파트너가 훤이라서 좋은 점일 텐데요. 저는 훤이 만큼 뛰어난 응원자를 알지 못합니다. 사랑을 대충 하지 않는 작가라서 쭉 반해있습니다.
🙆♂️ 둘일 때 가장 충만하다는 감각이요. 아무리 가까운 사람과 있어도 혼자가 더 편했는데요. 슬아를 만나니 둘이 있는 시간에 가장 저 같은 게 신기해요. 정말 많이 웃고요. 하기 싫은 일들이 더 수월해져요. 존경하는 동료가 연인이 되었다는 게 아직도 잘 믿기지 않아요.
결혼제도에 들어갈지 말지에 대해 망설이진 않았나요?
🙆♂️ 둘일 때 가장 충만하다는 감각이요. 아무리 가까운 사람과 있어도 혼자가 더 편했는데요. 슬아를 만나니 둘이 있는 시간에 가장 저 같은 게 신기해요. 정말 많이 웃고요. 하기 싫은 일들이 더 수월해져요. 존경하는 동료가 연인이 되었다는 게 아직도 잘 믿기지 않아요.
결혼제도에 들어갈지 말지에 대해 망설이진 않았나요?
🙋어릴 때나 지금이나 결혼에 대한 환상은 없었어요. 일부일처제가 부자연스러운 통념이라고 생각했고요. 연애에서의 다양한 실험을 적극적으로 하며 몹시 성애적인 인간으로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훤이를 만나면서 자문했어요. 결혼이라는 부자연스러운 형식은 이런 사람이랑 하라고 있는 거 아닐까. 이만큼 잘 맞으면 제도 속에 들어가도 좋겠다고 낙관하게 되었습니다.
🙆♂️ 결혼이 쉽지 않은 약속이라고 늘 생각했어요. 최선을 다하는 두 사람이 만나도 순탄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슬아와 함께 지내보니 서로의 타고난 기질이 강화되고 빈약한 구석은 채워지더라고요. 그런 연인을 만나지 않았다면 굳이 결혼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결혼 소식을 전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있나요?
결혼 소식을 전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있나요?
🙋이슬아가 남자랑 결혼한다니…’ 같은 반응이 여럿 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저 역시 여자랑 결혼하는 제 모습을 종종 그려보았는데 이 우주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법적인 부부 관계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아직까지는 이성애 커플의 특권일 텐데요. 성혼선언문에도 썼지만 저의 퀴어 친구들을 배제하지 않는 혼인 관련 제도가 법제화되는 그날까지 힘쓰고 싶습니다.
🙆♂️ 가장 웃긴 반응은 “대안학교 교사 같은 둘이 결혼하네”였고요. 의외의 이야기는 “서로 얼굴이 점점 닮아간다”였어요. 요즘은 같이 거울 보다가 정말로 그런 것 같아서 흠칫 놀랄 때가 있습니다.
결혼식에 특별한 시간들이 가득했죠. 특별히 김민정 시인의 축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 가장 웃긴 반응은 “대안학교 교사 같은 둘이 결혼하네”였고요. 의외의 이야기는 “서로 얼굴이 점점 닮아간다”였어요. 요즘은 같이 거울 보다가 정말로 그런 것 같아서 흠칫 놀랄 때가 있습니다.
결혼식에 특별한 시간들이 가득했죠. 특별히 김민정 시인의 축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 그날 너무 많은 큰 마음을 여러 번 받느라 좋음의 임계치에 넘어서버렸는데요. 하나씩 천천히 다시 돌아오더라고요. 가장 먼저 들은 게 김민정 시인의 축시여서 참 좋았어요. 꾹꾹 눌러담은 신호탄 같았거든요. 아름답고 웃기고 속깊고… 인장을 남기듯 한 문장씩 속으로 따라 말하고. 감탄하며 들었어요. 그게 저희를 위한 시였다는 게 지금 돌이켜 보면 역시 조금 믿기지 않네요.
결혼 후,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작업, 행사 들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같이 제안을 받기도 하고 별도로 받은 제안을 협업으로 꾸리기도 하시는데요. 파트너와 함께 일하면서 얻는 장점과 시너지에 관해 이야기해주세요.
결혼 후,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작업, 행사 들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같이 제안을 받기도 하고 별도로 받은 제안을 협업으로 꾸리기도 하시는데요. 파트너와 함께 일하면서 얻는 장점과 시너지에 관해 이야기해주세요.
🙋 제가 『가녀장의 시대』의 첫 문장을 쓰기 전부터 훤이가 말했어요. 이 소설 무조건 드라마화 된다고. 너는 각본가로 데뷔하게 될 거라고. 훤이는 저보다 먼저 저를 믿어주는 동료 작가예요. 그런 지지가 얼마나 큰 힘인지 몰라요. 저희는 텍스트와 이미지로 협업할 때 합이 특히 좋아요. 『끝내주는 인생』처럼요. 어떻게 하면 우리가 더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죽을 때까지 연인일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저희 삶의 주제일 것 같아요.
🙆♂️ 각자 연마해온 언어가 달라서 생기는 시너지가 있어요. 저는 주로 시, 사진 그리고 전시 언어를, 슬아는 소설과 칼럼, 인터뷰 등을 단련해왔는데요. 운문가와 산문가가 두 개의 다른 응시를 내놓는다는 게 가장 큰 장점 같아요. 시각 작업자와 활자 작업자가 주고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호작용도 경험해보았고요. 무대 위에서도 대화의 합이 무척 좋습니다.
함께 하는 시간이 꽤 많은 듯한데, 개인의 시간을 확보하고 있나요?
🙆♂️ 개인 시간을 원한다고 서로 편하게 이야기해요. 근데 혼자보다 둘이 있는 게 편해서, 주로 같은 공간에서 개인 시간을 보냅니다. 🙋 맞아요. 훤이는 대형 헤드폰을 쓰는 방식으로 종종 혼자가 되고, 저는 부르고 싶은 노래를 눈치보지 않고 부르며 개인 시간을 즐깁니다.
일주일 뒤면 2024년입니다. 내년에 두 분을 검색하면 나왔으면 하는 연관 검색어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 ‘전시’와 ‘사진 산문집’입니다. 하반기에 개인전이 있을 예정이어서요. 그리고 이미지와 텍스트가 다르게 관계 맺는 두 권의 사진 산문집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 ‘가녀장 드라마 캐스팅’ 이 떴으면 좋겠어요. 어떤 배우분들이 제 각본을 연기할지 내년엔 제발 알고 싶어요.
얼룩커분들에게 어떤 질문을 받고 싶나요?
🙋🙆♂️ 저희에게 정말로 궁금한 것들이라면 무엇이든요. 최대한 솔직하고 유머러스하게 답하겠습니다.
수필, 칼럼, 서평, 인터뷰, 서간문, 소설, 드라마 각본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글을 씁니다. 『심신 단련』, 『깨끗한 존경』, 『창작과 농담』, 『끝내주는 인생』 등 열세 권의 책을 집필했습니다.
시카고예술대학에서 사진학 석사를 마쳤다. 『양눈잡이』 『우린 너무 절박해지지 말아요』 『아무튼, 당근마켓』 등을 쓰고 찍고 『벨 자』(실비아 플라스) 『정확한 사랑의 실험』(신형철) 『끝내주는 인생』(이슬아) 등에 사진으로 참여.
스튜디오 ‘작업실 두 눈’ 운영 중.
12월 28일 선정된 질문자는 @kymwow 님입니다.
5000 포인트는 1월 3일 지급됩니다.
참여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wowopopo 삼일간 수많은 댓글을 읽었는데요, 저는 선생님의 댓글과 가장 사랑에 빠져버렸습니다… 저희 힘들까봐 아무것도 안 물어보시고, 혹시 이야기가 겹칠까봐 배려하며 이미 쓴 댓글을 다 정독해주시고, 이렇게 사랑과 응원만 건네주신 선생님… 진짜 멋지고 최고이십니다. 저에게 귀한 휴식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로써 다시 없을, 3일간의 댓글 대잔치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야호~
@징징이 남겨주신 댓글 재미있게 읽었어요. 저희의 행사와 영상 등에 부지런히 찾아와주셔서 진짜 감사합니다. 복슬훤 바자회 오붓하고 재밌었죠? 무엇보다 저희의 최근작들을 모두 읽어주신 점이 제일 좋아요 ㅠ.ㅠ
기억력과 디테일에 관해 말씀해주셨는데요. 아래 댓글에서 이미 설명해두었으니 참고 부탁드려요~ 간단히 첨언하자면 저는 재밌는 대화를 한 직후에 그 자리에서 꼭 대사를 적어두는 편이에요. 잊기 전에 키워드라도 적어두고, 시간이 된다면 토씨를 틀리지 않게 위해 최대한 그 사람의 말투를 살려서 적어둡니다. 아이폰 메모장에요. 머릿속을 스쳐가는 단상도 조금만 좋다 싶으면 적어두는데요. 꼭 샤워할 때 좋은 생각이 나요… 그럼 샤워하다 말고 손을 닦고 핸드폰에 문장을 적은 뒤 마저 샤워합니다… 그렇게 적은 메모 부스러기들이 다음 마감 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몰라요.
하지만 마감 노동자가 아니시라면, 인생의 여러 장면들을 그저 흘러가게 둬도 되는 자유가 있잖아요. 메모는 내킬 때만 하시면 좋겠습니다! 정혜윤 작가의 <아무튼, 메모>를 추천하고 싶네요. 메모 잘하는 법에 대한 자기계발서와는 거리가 멀지만… 정말 아름다운 책이거든요. 징징이님의 기억과 망각 모두 응원합니다!
@안젤리나 콘텐츠에 관해선 훤이가 아래 댓글에 자세히 남겨드렸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미드 <오피스>를 엄청나게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한드는 현재 제가 쓰고 있는 <가녀장의 시대>입니다.
@schilla030 선생님, 안녕하세요. 여름에 북토크에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결혼 생활에 대한 질문을 주셨는데요. 저 역시 선생님과 비슷한 갈등을 겪으며 살아가지 않을까 싶어요. 말씀하신 어려움을 이미 모르지 않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도 선생님처럼 훤이랑 오랜 사랑을 하면 좋겠다고 바라게 됩니다.
영상에서 보셨다시피 저희도 다른 부분이 참 많은데요. 일하는 속도, 느긋한 정도, 물건을 좋아하는 정도, 돈에 대한 열망 등등… 조율 가능한 부분도 있고, 워낙 타고난 성향이라 변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어요. 아직까지는 서로를 증오하지 않는 선에서...>_<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며 사이좋게 지내는 중이에요. 저랑 달라서 답답할 때에는 훤이가 크게 아프거나 죽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런 상상을 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사소한 성격 차이 정도는 어쩐지 너그럽게 넘어가게 되어요. 이러쿵 저러쿵 해도 사랑하는 사람이 지금 내 옆에 있다는 건 기적같은 데가 있음을 기억하려고 해요.
앞으로 물론 새로운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지요.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보겠습니다!
@연 제 소곡집에 대해 궁금해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저의 소곡집이 정말 궁금하고 기대되는데요…! 글 마감이 늘 먼저라 자꾸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됩니다 ㅠ.ㅠ 죽기 전에는 꼭 낼게요. 편애의 춤은 제가 만들었지만 부르기가 너무 어려워서 넣을까 말까 고민 중인데, 연님이 그렇게 좋아하신다니 긍정적으로 검토할게요!
최근에 넷플릭스나 왓챠에서 재밌게 보신 작품 있을까요? 한국 드라마 중에 좋아하시는 작품들도 궁금해요!
안녕하세요!
그동안 작가님들께서 세상에 보내주시는 글과 사진, 영상, 행사 등의 흔적들을 열심히 쫓아 줍줍하던 사람입니다. (바자회도 너무 재밌게 다녀오고, 최근 공개된 겨울서점과 오당기 영상도 함박웃음으로 시청했습니다!)
작가님들께 직접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아볼 수 있다기에 뛰어와 가입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읽은 두 작가님의 에세이는 <끝내주는 인생>과 <아무튼, 당근마켓>이었는데요. 두 분의 에세이에서 특히 좋아하는 점은, 글에 담긴 주변 인물들과의 일화나 대화가 제게도 참 가깝고 친밀하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저는 평소 기억력이 좋지 않아.. 친구와 있었던 재미난 일을 그 날 일기에 쓰거나 다른 친구에게 전해주려고 할 때, 디테일을 금세 까먹고 핵심만 압축해버리고 맙니다. 그 과정에서 재미는 쏠랑 사라지고 말고요...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에세이에 담으시는 대화나 일화의 세부사항을, 평소 어떤 방식으로 기억/기록하시는 편인가요? 멋지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대화와 일화를 더 잘 간직할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제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시 선천적인 영역이라면.. 제 디테일을 흔쾌히 포기하고 지금처럼 작가님들의 디테일로 대리 만족하겠습니다!
올 여름 두 분의 북토크를 다녀와 왠지 두 분이 사귀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얼마 후 결혼 발표에 엄청 흥분했던 기억이...
결혼식 영상을 보며 저희 딸들도 나중에 결혼을 한다면 이런 의미있는 결혼식을 했으면 싶어 설렜네요. 결혼 전도 멋있는 작가님들이셨지만, 결혼 후 두 분께 더욱 푹 빠져버렸어요.
결혼 생활에 대한 아주 원시적인 질문을 드려볼까 합니다. 상대에게 나를 맞추려 애쓰는 것도 힘들고, 상대를 변화시키 건 더더욱 어렵고, 존재의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려다 한계를 느껴 좌절도 하며 다행히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삶의 경험들이 가끔 그렇듯 부부간의 문제 역시 오랜 경험만으로 쉽게 해결되지는 않는것 같아 결혼 22년차로서 부끄럽지만 두 분께 여쭤봅니다.
사소한 삶의 방식들부터 취향, 가치관이 다를 경우 서로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시는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무소유와 물건에 대한 관심 등의 반대 성향의 경우 어떻게 서로를 바라보시는지요.
(왓츠인마이백 넘 재미있게 봤어요^^)
기사 제목처럼 댓글도 대충 못 다는 작가님들께 경외를 드리며. 궁금한 것들이 아래 댓글 속에 다 해소가 되어 응원만 드립니다. 좋은 글 꾸준히 쓰셔서 평생 독자로 만나고 싶어요.
@블레이드 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쓰기는 분명 어렵지만, 세상의 모든 일들이 다 어려운 구석이 있지 않나 싶어요. 글쓰기의 어려움을 절감하면서 살기는 해도, 다른 일에 비해 글쓰기가 유독 더 어렵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양한 노동자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제가 글쓰기의 어려움에 관해 너무 자주 말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보다는 제가 가진 문장으로 다른 직업의 희로애락을 잘 비추고 싶다는 마음이 큽니다.
글을 쓰다가 막히는 순간은 정말 흔한데요. 그럴 때에도 맛있게 완성된 요리같은 원고를 내놓는 것이 프로겠죠. 돈 받고 작가 생활을 한다는 건 잘 써지는 날에도 안 써지는 날에도 어떻게든 평타 이상의 원고를 안정적으로 납품한다는 의미일 거예요. 늘 성공하지는 않지만... 저희 엄마가 늘 시간 맞춰 옷가게 문을 열었듯, 아빠가 시간 맞춰 트럭으로 물건을 싣고 현장에 도착했듯, 작가들도 꼭 지켜야하는 시간 약속에 맞춰 움직이며 삽니다. 저에겐 엄수해야 하는 약속과 독자와 편집자가 있기 때문에 슬럼프에 대해 오래 생각해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업으로 글을 쓰시는 게 아니라면 슬럼프 또한 달콤하게 즐기시고 쉬엄쉬엄 쓰시면 좋겠어요. 업으로 하지 않는 사람의 자유가 있잖아요. 제가 음악을 내킬 때만 하듯이, 내킬 때에만 글을 쓰는 누군가를 상상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제 인생엔 없는 자유가 흐르기 때문에…
기사 제목처럼 댓글도 대충 못 다는 작가님들께 경외를 드리며. 궁금한 것들이 아래 댓글 속에 다 해소가 되어 응원만 드립니다. 좋은 글 꾸준히 쓰셔서 평생 독자로 만나고 싶어요.
@2010mimi 안녕하세요. 질문이 너무나 단정하고 고와서 저도 공손한 자세로 댓글을 쓰게 되어요. 마치 ‘남들은 모두 가지고 있는 오랜 해외여행 경험’처럼 연애를 느끼신다니 재밌고 이해가 가요. 우리가 연애에 관해 오지랖이 많은 사회 속에 살기도 하고, 한국 특유의 유성애적 정서도 짙으니까요. 어쨌거나 새로운 만남을 바라고 계신 것으로 보여요. 사랑을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여쭤보셨는데요. 저는 자연스럽게 인연이 올 거라고 믿으며 느긋하게 기다린 적은… 어쩐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네요… 늘 부자연스러울 만큼 새로운 연애 상대를 찾아다녔고… 그러느라 삶이 너무 바빴습니다. 토할 것 같을 정도로 재밌고 피곤했고요. 먼저 나서고 먼저 용기 냈을 때 만나게 되는 좋은 인연이 분명히 있겠지요! 동시에 내 일을 계속해서 축적하고 반복하며 쌓았을 때 만날 수 있는 인연도 있겠고요! 연애와 일을 둘 다 부지런히 할 때 더 풍성한 관계 속에 놓이는 건 분명할 텐데요. 부디 지치지 않는 선에서… 그리고 종종 한가함을 누리는 선에서 움직이시기를 바라요. 그리고 멋진 사람을 만나면 참지 말고 그에게 말합시다… 너무 멋있다고…
@wowopopo 삼일간 수많은 댓글을 읽었는데요, 저는 선생님의 댓글과 가장 사랑에 빠져버렸습니다… 저희 힘들까봐 아무것도 안 물어보시고, 혹시 이야기가 겹칠까봐 배려하며 이미 쓴 댓글을 다 정독해주시고, 이렇게 사랑과 응원만 건네주신 선생님… 진짜 멋지고 최고이십니다. 저에게 귀한 휴식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로써 다시 없을, 3일간의 댓글 대잔치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야호~
@p__1004 부산도서관 행사에 와주셨군요! 저도 용기를 내지 못하고 질문은 혼자 머금은 채 집으로 돌아갔던 날들이 많았어요. 다시 찾아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시와 사진을 보며 눈이 밝아지고 좋아졌다는 안부도 너무 소중합니다.
서른에 접어들 즈음 저도 오래된 친구들하고만 만났던 기억이 납니다. 내향형 인간인 저는 사실 요즘도 길고 짧게 그런 시기가 오는데요. 새 친구를 들이고 싶은 날에는 평소 궁금했던 사람들에게 반응하려 해요. 먼저 손내밀기도 하고요. 요즘엔 주로 창작하는 동료들과 친구가 되는 것 같은데요. 물론 창작자라고 다 절친이 되지는 않는 것 같고... (그러나 감사하다. 새 동료가 생긴다는 게 어딘가.) 작업론이나 출판 같은 직업적 이야기와 천박하고 부끄러운 우리들 모두에 대해 나눌 수 있는 동료와 가까운 친구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보통 그 자리에서 손님처럼 앉아 있지 않고 함께 용기를 내더라고요. 만나시면 알아볼 거라고 생각하고요!
나 아닌 것을 별로 하지 않아도 편안한가? 지금의 내가 만나고 싶나?가 요즘 제가 새 친구를 기대해보는 기준이기도 해요. 나라는 존재도 계속 이동하고 변하니까요. 오래된 친구들 사이에서 오히려 불편함을 자주 느끼기도 해요. 그리고 그들 중 몇으로부터 떠나왔습니다. 친구라는 존재들이 시기마다 우릴 다르게 채워주니까요, 오래 알아봐준 사람들과 나를 궁금하게 하는 새 사람들 사이에서 다양하게 충만함을 느끼시길. 원하실 때만 둘러싸이며 즐겁게 관계 맺으시길 바라요!
@qocksals 방송작가를 꿈꾸시는군요! 부상 때문에 아카데미 참석이 어려워지셨다니 애석하네요... 그럼에도 다음 자리가 있기를요. 쓰고 싶은 대상과 마음이 계속 이어지기를 응원 드려요.
주신 질문도 잘 읽었습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이 유독 어려운 날이 있지요. 저 또한 그런 날들이 길었고요. 요즘도 비슷한 표정을 짓습니다. 모두가 다르게 자신과 관계 맺으므로 저는 저의 경우에 대해서만 말씀드릴 수 있을 텐데요. 저는 스스로와 불화할 때마다 시를 썼는데요. 즉각적으로 초라한 상태를 벗어났던 건 아니지만요. 쓰는 동안 타자의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게 도움이 되는 날이 있었던 것 같고요. 아주 먼 화자의 움직임과 선택을 떠올리며 쓴 문장들 덕분에 조금 더 너그러워지기도 했습니다. 그럴 힘조차 없을 땐 카메라를 들고 오래 걸었습니다. 막막한 날에는 계속 몸을 움직이고 아름다운 풍경에 눈을 고정하고 여기저기 저 자신을 투영하는 게 슬픔을 잠시 잊고 그것을 재적립하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스스로와 불화하는 감각은 저 또한 계속 배워나가야 대상이라 생각해요. 그럼에도 작은 것에 많이 웃으며 귀여운 것들도 많이 만나며 눈길 지나고 계시길 바랍니다.
@muruybi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축복이자 족쇄인 것 같아요. 노트북 없이 떠나는 여행은 어쩐지 상상이 잘 되지 않네요. 그래도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덜 과로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원고와 행사 마감이 몇 개인지, 얼마나 급하고 품이 많이 드는 마감인지에 따라 하루 일과, 한 주 일과를 유동적으로 조정해요. 한 책상에서 마주보며 일하지만, 훤과 제가 일하는 속도가 달라서 각자의 컨디션을 살피며 격려하고... 적당할 때에 일을 멈추도록 말리는 역할을 합니다. 저는 워낙 빠르게 슥슥 많은 일을 하는 편이라 과로가 익숙한 편인데요. 훤이 덕분에 종종 멈추고 쉬어갈 수 있게 되었어요. 올해 아쉬웠던 일은 딱히 생각나지 않고요. (최선을 다했다...) 내년의 목표는 내년에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_<
@popo 안녕하세요, 첫 번째로 질문 해주시는 분들의 용기를 저는 좋아합니다. 부지런히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드려요. 결혼을 결심한 계기는 인터뷰 본문에 이미 적어두었답니다 :) 너무 부지런히 댓글 다시느라 지나치셨을까봐 알려드려요. 물론 짧은 인터뷰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계기가 있을 텐데요. 또다른 중요한 계기는 가장 힘든 날에도 훤이가 농담을 잊지 않는 모습이 빛나서였던 것 같아요. 세월이 지난 뒤에 훤이에 관해 긴 이야기를 쓰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schilla030 선생님, 안녕하세요. 여름에 북토크에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결혼 생활에 대한 질문을 주셨는데요. 저 역시 선생님과 비슷한 갈등을 겪으며 살아가지 않을까 싶어요. 말씀하신 어려움을 이미 모르지 않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도 선생님처럼 훤이랑 오랜 사랑을 하면 좋겠다고 바라게 됩니다.
영상에서 보셨다시피 저희도 다른 부분이 참 많은데요. 일하는 속도, 느긋한 정도, 물건을 좋아하는 정도, 돈에 대한 열망 등등… 조율 가능한 부분도 있고, 워낙 타고난 성향이라 변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어요. 아직까지는 서로를 증오하지 않는 선에서...>_<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며 사이좋게 지내는 중이에요. 저랑 달라서 답답할 때에는 훤이가 크게 아프거나 죽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런 상상을 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사소한 성격 차이 정도는 어쩐지 너그럽게 넘어가게 되어요. 이러쿵 저러쿵 해도 사랑하는 사람이 지금 내 옆에 있다는 건 기적같은 데가 있음을 기억하려고 해요.
앞으로 물론 새로운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지요.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보겠습니다!
@y8nj1n 너무나 사랑스러운 댓글이에요. 안 만났지만 꼭 만난 것 같은 기분이고요. 큰 사랑 전해주셔서 진짜 고맙습니다.
남편 말고 최근에 사랑하게 된 것은… 밥을 하는 시간입니다. 하와이에서 지내며 훤이랑 매일 밥을 해먹고 있거든요. 한국에서는 글 쓴다고 돈 번다고, 밥하는 일을 모두 외주로 돌려서 제 손으로 밥을 지어먹지 않은지 꽤 되었는데요. 사실 저에게도 복희씨의 부엌력이 흐른다는 것을 오랜만에 실감하고 있어요. 훤이랑 같이 장 봐온 재료들을 씻고 다듬고 익히고 볶고 지글지글 보글보글 해먹고 깨끗이 치우는 게 얼마나 단순하고 행복한 일인가 싶어요. 화면 속 텍스트와 정보에 집착하며 수 년을 보내다가 몇 주간 글 안 쓰고 부엌일을 하다보니 좀 치유적인 데가 있는 듯해요. 훤이가 차린 밥을 먹는 것도 기쁨이고요. 한국에 돌아가면 부엌에 이만큼 시간을 쏟을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하루 하루 즐겁게 누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