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명의 장애인 학생도 만난 적 없다

이재랑
이재랑 · 살다보니 어쩌다 대변인
2022/04/07

 써야 하는 글을 쓰느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에 대한 이준석의 발언들을 고통스레 읽고 있었다. 장애인들의 지하철 출퇴근 시위에 대해 "시민의 출퇴근을 볼모 삼는 시위"라든가 "비문명적 관점"이라고 내뱉는 발화들은 그 자체로 저열했다. 욕 먹을까봐 2호선에서는 시위 안한다는 식의 조롱은 그냥 슬펐다. 저런 여당, 저런 대표.
 아니다. 사실은 더 나쁘게 말하고 싶다. 장애인 시민이 비장애인 시민보다 차등하게 대우받을 이유가 무엇인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권리는 모든 시민에게 주어진 것이다. 다른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야기한 시위가 맞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 출퇴근의 불편함을, 아니 그 불편함조차 허락되지 못한 것이 그동안 장애인들의 삶이었다. 심지어 누군가는 지하철의 휠체어 리프트를 타다가 숨지기도 했다. 비장애인 시민 중 평상시에 내가 오늘 지하철을 타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러니 말을 바로 고치려면 이렇게 되어야 한다 : 그동안 비장애인들이 누린 교통 편의야말로 장애인들의 삶을 '볼모'로 한 것이다. 물론 같은 장소에서 남들이 죽어가도 제가 지각하는 것이 더 손해라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그건 관심사가 아니었겠지만. 

 장애인 시민들의 존재를 순식간에 지워버리는 그 처참한 공감 능력에 혀를 끌끌 차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 밥벌이의 현장이 바로 그 존재들이 지워진 장소가 아닌가. 그동안 나는 단 한 명의 장애인 학생도 만난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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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학생들을 만난다. 기막힌 일들도 없진 않다. 학원 강사란 매장 직원과 선생님, 그 사이 어디쯤에 존재하고 학생들 역시 고객님과 제자, 그 어디쯤에 있다. 그래서 자주 헷갈린다. 내 앞에 서있는 이 사람은 고객인가 제자인가. 제자로 대했다가 고객에게 쳐맞은 적 적지 않고, 내가 고객으로 대했다가 상처 입힌 제자 역시 적지 않을 것이다.

 해서 종종 착각하기도 했다. 자칫 방심했다간 나 스스로를 선생으로 여기는 것이다. 가끔은 학교 선생보다 나은 존재일 수 있다고도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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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정의당/청년정의당 대변인 (~2022) 10년 차 사교육 자영업자. 작가가 되고 싶었고, 읽고 쓰며 돈을 벌고 싶었고, 그리하여 결국 사교육업자가 되고 말았다. 주로 학생들의 한국어 능력과 시험성적을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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