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 밟으러 갔네> - 천세진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4/03/02
출처 - 픽사베이
<보리밭 밟으러 갔네> - 천세진
   
보리밭 밟으러 갔네 
들뜬 흙들을 밟을 때 나는 소리는 
세계와 세계가 만날 때의 소리 같았네
   
보리싹은 
제 몸의 어느 세계를 
한껏 밀어 올려놓았던 것인데 
   
보리싹을 밟자 
주저앉는 세계 사이로
바람 한 자락 새어나와
겨울 들판을 가로질렀네
   
얼음으로 부풀었던 
세계 사이에서 
새어 나온 바람은 
참으로 따스했네
   
아지랑이 아득한 이랑의 세계 
   
말리지 않았다면
세계를 주저앉히느라
날 저무는 줄 몰랐겠네


- <보리밭 밟으러 갔네>는 2016년 출간된 시집  『순간의 젤리』(천년의 시작, 시작시인선 220 -2017 세종도서문학나눔 선정)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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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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