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노래를 들어라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3/03/20
봄이 쌓이고 있었어요. 생선 가게에서 보았던 지느러미가 잘리고 껍질이 벗겨져 손바닥만 한 칼에 베어지던 흰 살 생선은 아직 녹지 않아 떨어지는 살점마다 사각거렸어요. 그리고 도마 위로 살점에서 떨어지는 그 눈부신 살얼음은 신문지에 둘둘 말아 엄마에게 건네졌어요.
   
시장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생선 가게에 들러 생선은 늘 제가 들고 엄마를 따라 집으로 왔어요.
나는 봄 햇살을 보면 그 흰살 생선의 사각거림과 노란 백열등 아래 살점 위로 내려앉은 살얼음을 떠올렸어요. 오늘처럼 햇살마저 차가운 날엔 그 비닐봉지를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걸었어요. 엄마가 보지 않을 때만 말이죠. 나는 늘 엄마보다 뒤처져 걸었었고 엄마는 앞서 걸으라고 잔소릴 했죠. 너무 많이 누르면 살이 뭉개졌다고 엄마가 속상해 할지도 모르니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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