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비 내리면 생각나는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4/04/24


친구 어머니는 김밥집을 하셨어 학교 앞에서 하셨는데 김밥 안에 들어가는 속 재료 중 간장에 졸인 우엉이 너무 맛있어서 사람들이 꽤 많았었지, 아이들은 도시락을 싸가는 대신 몽둥이 같은 은박지를 손에 하나씩 들고 학교에 다녔었지. 누구나 다 그랬으니까 그런 풍경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어.
   
불행의 시초는 단 한 순간이었어 다리미질을 하다가 지나가는 친구 여동생이 다리미에 데이지 않게 하려고 다리미를 손으로 밀면서 손가락에 화상을 입으셨데…. 그렇게 일주일 열흘 즈음 가게 문을 닫아두자 다음 달 월세며 생활비가 목을 조르며 달려들었다지 처음 일수를 빌리자 일수가 방을 든 청년 하나가 돈을 건네며 작은 수첩 하나를 주었는데 거기에 도장을 찍어줄 거라고 알려주었데. 
   
그렇게 큰돈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학교 방학이 시작되고 그 하루가 딱 밀리자 도장을 찍었던 날보다 도장을 찍어야 하는 날들이 식탁 위에 놓아둔 이쑤시개 통처럼 바닥으로 쏟아져 이쑤시개를 찾는 일과 그걸 손끝으로 집어내는 일과 그걸 통 속에 담는 일처럼 하루하루 매상이 무너지기 시작했데. 그 상태에서 일부를 가져가니 재료상에 재료를 외상으로 들이기 시작하게 되고 
   
by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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