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필
2023/04/30
뭔가 몸의 이상 상태를 감지한 것은 저녁 6시 40분쯤이었다. 그날 2021년 시월 어느 저녁 7시에 나는 용산에 있는 동아사이언스 사옥에서 온라인으로 강연할 예정이었다. 한 달쯤 전인 9월 초 나의 새 책 <우리의 태도가 과학적일 때>가 출간돼 그 내용으로 준비된 강연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때라 온라인 생방송으로 강연하고 유튜브를 통해 독자와 만나는 방식이었다. 출판사 및 동아사이언스 관계자분들과 잠시 대기실에 앉아 차를 마시던 중 꽤나 익숙한 복통이 희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실 그해 초부터 나는 이유 모를 복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가벼운 복통이 10여 분 정도 지나가는 식으로 한 번씩 찾아왔었다. 그때마다 나는 잠시 누워 있거나 찜질기로 배를 마사지하는 식으로 상황을 넘겼다. 그러다가 정말 심하게 복통이 찾아온 것은 2월 말쯤이었다. 그날은 저녁에 온라인으로 외부 강연이 있던 날이었다.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이 1시간 가까이 진행될 정도로 흥미로웠던 강연이었는데, 어느 참가자가 내게 다소 무례한 발언을 해서 (아마도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모든 강연이 끝나고 온라인 접속을 끊은 뒤에도 마음이 편치 못했다. 온라인 강연이라 집에서 접속했던 까닭에 끝나고 나서 곧바로 식사를 할 수 있었는데, 식사하는 동안에도 찝찝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그 불편한 마음은 약간의 폭식으로 이어졌고 그날 잠자리에서 어김없이 복통이 찾아왔다.

그날 복통의 강도는 이전과 달랐다. 명치 부근을 안에서 밖으로 규칙적으로 치는 듯한 고통이었다. 새벽에 잠을 깬 나는 복통의 원인이 소화불량이라 지레짐작하고 평소 하던 대로 매실청을 희석시켜 몇 모금 마셨다. 나의 기대와 달리 상태는 더 나빠졌다. 침대에 다시 누운 지 1분도 되지 않아 속이 뒤집어지면서 급격한 구토감을 느꼈다. 침대에서 다섯 발자국이면 화장실인데 첫발을 뗴기도 전에 뱃속의 내용물이 입밖으로 터져 나왔다. 토사물이 방바닥과 벽면을 덮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상체를 빨리 움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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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물리학자입니다(jongphil7@gmail.com). 유튜브 채널 “이종필의 과학TV”(https://c11.kr/1baom)도 운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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