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예술대상을 보고 울어버린 건에 대하여

쏠리
쏠리 · 간간히 떠오르는 생각을 씁니다
2023/04/29
 분노를 눈물로 배출할 때 빼고는 잘 울지 않는다. 아무리 영화나 드라마에 슬픈 장면이 나와도 ‘우와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하지’라는 현실에 집중해서인 것 같다. 하지만 뜻밖에 눈물이 터져나오는 포인트가 있다. 그건 대체로, 이기기 어려운 싸움에 사력을 다하는 누군가의 모습 혹은 어떤 이의 고된 시간 끝에 따른 성취의 순간, 조금 더 무엇인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구나 라고 느끼는 순간들에서다.

 몇해 전주터 혐오와 배제가 정치의 기본 테제가 되고, 그것이 마치 입증된 듯한 결과가 나오면서 무력감이 들었다. 거꾸로가는 듯한 사회 현상들에 자주 울적해지곤 했다. 하지만 아침잠에 뒤척이다 우연히 본 백상예술대상 영상들은, 더디지만 세상은 조금 더 진일보하고 있다는 증명이었다. 수상 소감을 보며 눈물이 또르르 흐른 건, 인내력 있고 성실한 사람들의 성취에 기쁨과 감사의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꾸준히 나아갈 수 있도록 지탱한 김장하 선생님의 삶을 다룬 다큐 <어른 김장하>, 현장실습생의 비극을 담은 영화 <다음 소희>,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주인공을 다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학교폭력을 다룬 드라마 <더글로리>, 장애인의 욕망을 다룬 연극 <틴에이지 딕>, 치열한 현실에 지친 현대인을 위로하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등. 수상 후보작들은 소외나 배제가 아닌 함께 그리고 잘 살아가는 세상을 그리고 있었고, 이에 대한 수상은 실현을 더 앞당기기 위한 또 다른 ‘예술’이었다.
백상예술대상 박은빈 수상 소감 유튜브 캡처

특히 어떤 예술의 정점은 당사자의 소감이 찍기도 하는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대상을 받은 박은빈의 수상소감이 그랬다. 나아가는 사회를 위해 묵묵히 정진하는 이들에 대한 위로임과 동시에 바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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