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해바라기, 햇살의 부산물.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4/06/05
눈을 감고 있어도 시간을 알 수 없을 만큼 밝아져 있는 햇살이 감지됩니다. 눈꺼풀은 손끝으로 지그시 누르면 바스러지는 감자칩처럼 부서져 버립니다. 식물처럼 일어나 가까이서 목덜미를 비벼대는 고양이 한 마리를 쓰다듬는 일로 잠을 추스릅니다.
   
오늘은 24절기 중 아홉 번째 절기인 망종입니다.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생장하여 가득하다는 소만과 하지 사이의 절기입니다. 이제 서늘함은 모두 사라져 버릴 것입니다.
   
S의 집안은 늘 어두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햇살만이 조명으로 사용되고 있었고 벽에는 괘종시계가 있었는데 매일 태엽을 감기기 위한 뚜껑을 열고 작은 열쇠 같은 것을 꽂아 뻑뻑해질 때까지 돌려줘야 한다고 했는데 S는 그 손길이 무척 익숙해 보였습니다. 
   
S의 할아버지는 동네에서 제일 오래 살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그분은 매일 아침 동네를 커다란 싸리 빗자루로 쓸고 다니셨는데 자고 일어나면 동네 길가는 깨끗해져 있어서 아무도 없는 길가에서도 그 빗자루가 스쳐 간 자국을 보곤 하였습니다.
   
S가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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