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진 · 사회심리학 이론을 덕질하고 있습니다.
2022/08/02
먼저 밝히자면 저는 약 80명 정도 되는 어떤 회사의 인사팀에서 일하고 있는 입장입니다. 직접적으로 채용 쪽을 맡고 있는 건 아니고 인사고과 내지 실적평가 쪽을 (소위 말해 '손에 피 묻히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만, 저로서도 "요즘 20대들은...", "MZ세대들은..." 같은 표현들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곤 합니다. 감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이런 표현들을 세 가지 측면에서 다시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첫째, 제 경험상, '요즘 젊은 사람들' 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회사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겠습니다만, 대한민국의 숱한 인사담당자 중 한 사람으로서 이것만큼은 모든 인사담당자들의 공통적인 경험이 아닐까 합니다: 채용을 하다 보면 정신줄을 놓고 '싸잡는' 생각을 하기 십상입니다. 이것 봐, 이래서 여자들 뽑으면 안 돼. 이러니까 나이 든 사람들은 걸러야 되는 거야. 어휴, 앞으로 30살 밑으로는 절대 면접에 부르지 마. 후회에 후회가 반복되는 동안 '싸잡는' 생각도 겹치고 겹쳐져서, 나중에는 대체 누굴 뽑으라는 건지 의아할 지경이 됩니다. 이런 생각에 빠지지 않도록 정신줄을 힘껏 붙잡고 성찰해야 하는데, 이것이 힘든 인사담당자들도 의외로 많은 듯합니다.

회사를 위해서 정말 궂은 일까지 황소처럼 묵묵히 하는 사람. 제가 최근에 뽑아 본 두 명의 신입사원은 제게 이런 인상을 주는데, 모두 서른 살이 좀 안 된 전형적인 MZ세대입니다. 그런데 이런 이들을 보고서 "역시 요즘 MZ세대들은 성실하게 일하려는 마인드가 되어 있어! 훌륭해!" 하며 흐뭇해하는 사람들은 없기 때문에, 저는 우리 모두가 정신줄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실무자로서의 직감 같은 것을 받습니다.

거꾸로, 연륜 있는 분들도 막상 뽑아놓고 보면 소위 MZ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돈 벌겠다고 온 회사에서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은 상황은 나이가 많다고 해서 예외가 아닙니다. 유일한 차이는, 그들은 언제나 자기 자신을 합리화할 준비가 되어 있고, 뭔가 할 말이 꼭 있더라는 것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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