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6
마르크스는 죽었습니다로 시작하는 이완 님의 << 사회주의 입문서를 소개합니다 >> 라는 글을 읽고 깜짝 놀랐다. 무지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사회주의를 공부할 때 자본론은 읽지 않아도 된다는 억지 주장은 마치 기독교를 공부할 때 성경은 읽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공상적 사회주의 이후의 과학적 사회주의 창시자인 마르크스를 읽지 않고 사회주의를 이해한다는 것은 언어 도단에 가깝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마르크스는 죽었습니다. 더 이상 사회주의를 공부할 때 자본론을 읽지 않아도 됩니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을 19세기에 썼습니다. 당시 학자들은 책을 쓸 때 다수 독자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본론을 모두 이해하려면 많은 수련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난해하기로 유명한 헤겔 철학까지 손대야 할지도 모릅니다. 짧은 공산당 선언도 어렵고 낡은 전문용어로 가득한데, 구약과 신약을 합친 것보다 분량이 많은 자본론을 언제 다 읽을 수 있을까요.
장담하건대, 그는 맑스의 << 자본론 >> 을 읽지 않고 글을 쓴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그가 읽지 않았다는 데 내 전재산 500원을 건다. 일단, << 자본론 >> 은 어렵게 쓰여진 책이 아니다. 마르크스 경제학 용어에 대한 개념만 숙지하고 나면 누구나 이 책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오히려 마르크스는 자신의 책을 다수 독자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하게 설명하느라 분...
@악담 악담님의 악담 같은 덕담하는 실력은 제가 못 따라갑죠 ㅋㅋㅋ
@서형우 @신승아 두 분의 오고가는입말에 제 글보다 뛰어나기에 따로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짝짝짝 !!!
@서형우 제가 오해가 가도록 발화하였다면 죄송합니다. 그리고 불편한 마음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신승아님의 독서력은 저에 비하면 훌륭한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공론장에서 좋은 가르침 많이 부탁드립니다. 저는 한량인지라 읽고 싶은 것만 읽고 독서의 량이 적습니다. ㅠㅠ 그러다보니 주워들은 것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글을 쓸 때는 체크를 하려고 하지만요.
@서형우 제가 갓벽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글쓰기에 열정을 느끼지 않았을 겁니다. 한 번 읽고 다 아는 천재였다면 굳이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을 테니까요. 또한 완벽한 사람들만이 공론장에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읽고 쓰는 이유도 발언권을 얻기 위함인데 그리 생각할리가요. 외려 현대 사회의 학벌 계급에서 한참 밀려난 제가 읽고 쓸 기회를 얻었다는 것에 감사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충분히 짧은 댓글만 봐서는 오만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를 무시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상처 받은 이가 있다면 그것은 제 불찰입니다. 그 당시 제 주변 분들이 <자본론> 도장깨기를 하셨는데 저는 지식이 부족해서 지레 겁먹고 시도 조차 못 했습니다. 그래도 한 번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공산당 선언>을 읽게 되었는데 예상외로 잘 읽혀서 자신감을 얻었지요. (여전히 자본론은 그 압도적인 양과 두께로 인해 시도를 못한 상태입니다.)
제가 어떤 책을 술술 읽었다는 것의 의미는 빨리 읽었다, 원숭이도 이해할 만큼 쉬웠다라는 뜻은 아닙니다. 워낙 책을 느릿느릿 천천히 읽는 편이어서 급하게 읽은 책은 늘 탈이 납니다. 단지 맥락을 파악할 수 있었다면 쉽게 읽은 책으로 분류하고, 맥락을 파악할 수 없으면 어려운 책으로 분류합니다. 철학 쪽을 기웃대고 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는 것만 봐도 제 독서력은 일천한 수준이에요.
유식과 무식의 경계는 상대적이라서 혹자는 저를 손가락질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학계에 속한 분들로부터 무시와 배격을 당한 적도 있고요. 그래서 서형우 님이 마르크스 철학 자체를 질문한 것인데 제가 질문의 뜻을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한 답변을 늘어놓는 것은 아닐까 했습니다. 만약 공론장에서의 발언에 대해 토론할 의도로 던진 질문인 걸 알았더라면 저 역시 조금 편한 마음으로 답글을 달았을 겁니다.
어쩌다보니 말이 또 길어졌네요.
아무쪼록 답글 감사드리고 조금이나마 오해가 풀리길 바랍니다. :-)
@신승아 그러하군요... 저도 그 역사적 배경의 세부까지 완전히 파악하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저의 이해는 신승아님에 비하여 훨씬 뒤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먼저 제가 몰랐던 완벽히 잘 몰랐던 부분에 대한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해주신 점 너무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유럽 근대에 출현했던 사회주의 조류의 역사적 배경을 아주 상세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7년 전의 스물다섯 살의 신승아님이 이와 같은 역사적 배경을 술술 읽으신 것을 알고나니, 신승아 님의 글이 어떻게 그렇게 좋을 수 있었는지 잘 알 것 같습니다! 갓벽한 글을 작성하는 사람의 지식의 양은 정말 갓벽하구나!
그런데 그처럼 지식이 갓벽한 이들만 참여할 수 있는 공론장이라면, 공론장의 크기는 정말 줄어들 것 같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사적 경험이 모여 함께 논의를 이어나가는 공론장이야 말로 의미 있는 공론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사람이 경험한 지금의 사적 경험인 '오늘'이 함께 모여 논의가 이어지는 '현재'에 대한 논의가 우리 사회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물다섯 살의 신승아님처럼 갓벽한 지식을 가진 사람만이 공론장에 참여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질문 자체를 상당히 애매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너무 쉽게 술술 읽혀서 이분이 진짜 마르크스인가? 싶었어요. 다들 어렵다고 하길래 엄청 쫄았거든요."라는 약간의 무시 섞이고 실질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는 공론장에서의 발언에 대하여 토론으로 이끌어내보고자 질문을 던졌는데, 이해하시기 어려웠다면 죄송합니다.
P.S. 그런데 진짜 스물 다섯 살에 저 정도의 지적 배경을 가지고 계셨으면, 누가 어렵다고 말한 책들 도장 깨기 술술술술 엄청 잘 하셨을듯 해요..... 그 나이 때에 지식을 늘 동경해오던 입장에서 정말정말.... 너무너무..... 부럽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가르침 많이 부탁드립니다.
@서형우 제 기준에서는 질문 자체가 상당히 애매해서 좀 난처했습니다. 마르크스 철학이 헤겔주의에 빚진 부분이 많다는 점, 주요 철학이 변증법적 유물론이라는 점에서 보자면 저는 그의 철학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역사학도가 아니라서 역사적 흐름이나 배경, 세부적인 지식에 대해 통달했냐고 묻는다면 그 또한 안다고 자부할 수 없습니다. 다만 서형우 님께서 발췌한 <공산당 선언>의 문장 속 역사적 배경에 대해 기본적인 맥락을 파악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그렇다“라고 답변드리고 싶습니다.
댓글로 시간 잡아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최대한 내용을 축약해서 제가 이해한 바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발췌한 문장을 읽어보니 마르크스의 반동적 사회주의, 부르주아 사회주의, 비판적 사회주의(유토피아적 사회주의) 가운데 반동적 사회주의에 관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반동적 사회주의는 다시 봉건적 사회주의, 소시민적 사회주의, 독일 사회주의로 나눠지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것은 ‘봉건적 사회주의’에 관한 내용으로 보입니다.
아시다시피 18세기 중반에서 19세기 후반 사이 유럽은 사회 구조가 급변합니다. 영국에서 산업 혁명이 일어나면서 자본가와 노동자 계급이 탄생했고, 프랑스에서는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시민 혁명이 일어났지요. 영원할 것 같았던 봉건적 질서가 무너지자 그 자리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꿰차게 되고, 봉건제가 몰락하면서 계급과 계급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한마디로 근대 사회로 이행하기 위한 발판이 마련된 것이지요.
언제나 그렇듯 변혁의 길목에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당시 노동자 착취로 배를 불린 부르주아 계급이 등장하자 자연스레 농노 착취로 이익을 취한 봉건 귀족들의 입지는 흔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대로 권력의 힘을 누린 자들이 시대가 바뀌었다며 곧바로 물러나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때 봉건 귀족들은 부르주아 계급에 대항하기 위해 프롤레타리아의 고통에 공감한다면서 사회주의자 행세를 했는데요. 다시 말해 프랑스 정통 왕당파 일부와 청년 영국파의 지지 기반을 확보하려고 프롤레타리아를 이용한 셈입니다. 귀족이었던 자신들의 이해관계는 뒤로 제쳐두는 척하고 부르지아지에 대한 기소장을 쓴 것도 이런 이유였을 테고요.
7년 전 감상에 기대어 쓴 답글이라서 부족한 점이 많지만 <공산당 선언>을 처음 읽었을 때의 감정을 상기해서 다섯글자로 표현하자면 ‘블랙코미디’였어요. 사람은 자신의 위치와 이익에 따라 얼굴을 바꿀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마르크스는 그런 이들을 향해 “너희들 다 사회주의 코스프레한 거고 나는 공산당 선언한다. 이게 혁명이다.”라고 외치는 것 같아서 약간의 통쾌함을 느꼈습니다. (자본주의가 실패할 것이라는 카를 마르크스의 진단이 실현되지 않은 것과는 별개로요.)
@신승아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완님이 저렇게 말씀하신 것은 이완님이 텍스트의 모든 부분을 꼼꼼히 이해하려 노력하시는 분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스물다섯 살에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을 쉽게 술술 읽으셨다고 하셨을 때...
"귀족들은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프롤레타리아트의 동냥자루를 깃발 삼아 내흔들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귀족의 뒤를 따라나서자마자 그들의 등뒤에 그려진 낡은 봉건적 문장(紋章)을 발견하고는, 큰 소리로 비웃으며 흩어졌다. 프랑스 정통 왕당파의 일부와 청년 영국파가 이 같은 희극을 연출했다."
이 문단의 역사적 배경까지 모두 이해하셨나요?
+ 20세기를 뒤흔든 세 철학자 동의합니다. 마르크스, 니체,프로이트! 맞습니다.
그렇다면 그걸 다른 관점에서 보면, 20세기를 가둔 세 철학자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마르크스는 위대한 철학자이나, 계급은 유산계급과 무산계급으로 나눈 경향이 현대의 지식경제 체계, 그리고 금융경제 체계에서 다원화되고 다양화된 계급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고 좌파를 정파성에 가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니체의 한계는 결국 the social이란 것을 무시했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는 개인이면서도 the social과 연결점을 찾아가기 위해 뒤르켐으로 the social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으로 the social을 이동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프로이트는 라캉이 프로이트를 해석하던 방식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이디푸스 논의에 라캉이 너무 집착해서 상징계, 상상계, 실재계 논의를 너무 재미나지만, 결국 진실과는 멀어진 논의로 가져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유아의 발달 과정은 관찰과 실험 등을 통하여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할 과정이지, 라캉식의 정신분석학처럼 문학적으로 접근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알튀쎄가 실재계를 생산관계로 끌고 간 것까지는 정말... 알튀쎄 저 아저씨 너무 간 거 아닌가 싶지 않습니까? 라캉도 인정못한 라캉 활용법....
저는 프로이트에서 개인적으로 재미난 건 리비도와 타나투스인 것 같은데, 그 부분은 제가 공부를 더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만약에 마르크스, 라캉 독해식의 프로이트, 그리고 니체가 20세기를 연 철학자라면, 그렇다면 20세기의 좌파를 가둔 사람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21세기에는 21세기를 뒤흔들 새로운 고전으로 이동해볼 시기가 되어있지도 않을까요? 그 발견이 꼭 제 1세계로 불리는 서구에서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단은 뭐... 다른 걸 떠나, 고전을 읽는 건 언제나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마르크스를 읽지 않는다고 해서 사회주의를 모른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마르크스주의와 다른 사회주의는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저는 뭐... 자본론 사놓고 못 읽겠어서 ㅋㅋㅋㅋㅋ... 공산당 선언이야 술술 읽히지만, 뭔가 막스 베버가 더 재미있고 개인적으로 인류학이 더 재미있어서요 ㅋㅋㅋㅋㅋ...
그런데 저는 뭐.. 본인이 마르크스주의자라고 안 하고 사회주의자라고 했는데, 왜 꼭 기필코, 마르크스를 읽히려고 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마르크스를 안 읽고 마르크스를 논하지 말아라 수준은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마르크스가 사회주의의 본류이고, 폴라니는 곁가지라는 말은... 뭐.. 일단 폴라니 본인이 자신이 사회주의자라고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ㅋㅋㅋ
착근화와 탈착근화 논의와 자본론의 생산량 생산관계에 대한 공식들과, 그것이 뭐가 한 뿌리와 가지의 논의로 볼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왜 마르크스 안 읽고서 좌파를 논하지 말라고 말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세상에 근본 모순이라곤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요..... 알튀쎄 표현대로 "최종심급의 고독한 순간은 오지 않"지만, 오지 않는 이유는 최종심급 자체가 없기 때문 아닐까요?
스물 다섯에 <공산당 선언> 읽은 1인입니다.
너무 쉽게 읽혀서 이분이 진짜 카를 마르크스인가? 싶었어요.
다들 어렵다고 하길래 엄청 쫄았었거든요.ㅋㅋ
@천세진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은 자본론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사실은 68혁명 세대 그 후의 맑스주의 철학자들이 맑시즘을 새롭게 자신의 철학 테두리 안에서 재해석해서 난해해진 것인데, 이것은 모르고 자본론을 난해한 철학서라고 이해합니다.
이거 자본론 읽지 않는 사람들의 특징이거든요. 자본론 어렵지 않아요. 경제학 용어만 이해하고 숙지한 후 읽으면 지루해서 그렇지 결코 형이상학으로 접근하는 책이 아닙니다. 경제학 서적이니까요. 꼭 보면 읽지도 않은 사람들은 읽은 척을 한단 말이죠. 그리고 공산당 선언이 난해하다는 것도 얼마나 웃깁니다. 이것 또한 안 읽었다는 증거. 읽어보세요. 가장 잘 쓴 문학서라고 저는 평소에 이 책을 소개하고는 합니다. 적어도 자신을 사회주의자이자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자본론 정도는 읽어야죠. 라캉 이론을 공부했다고 하면 프로이트는 독파해야 하듯이....
20세기를 뒤흔든 3대 사상가로 프로이트, 니체, 마르크스를 뽑는데.어떻게 마르크스 좆도 아니야. 라고 자신있게 주장하는 지 이해 불가.
+
비유 절묘하십니다. 이거 시인가요 ? 입에 짝짝 달라붙네요.
@서형우 @신승아 두 분의 오고가는입말에 제 글보다 뛰어나기에 따로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짝짝짝 !!!
@서형우 제가 갓벽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글쓰기에 열정을 느끼지 않았을 겁니다. 한 번 읽고 다 아는 천재였다면 굳이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을 테니까요. 또한 완벽한 사람들만이 공론장에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읽고 쓰는 이유도 발언권을 얻기 위함인데 그리 생각할리가요. 외려 현대 사회의 학벌 계급에서 한참 밀려난 제가 읽고 쓸 기회를 얻었다는 것에 감사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충분히 짧은 댓글만 봐서는 오만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를 무시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상처 받은 이가 있다면 그것은 제 불찰입니다. 그 당시 제 주변 분들이 <자본론> 도장깨기를 하셨는데 저는 지식이 부족해서 지레 겁먹고 시도 조차 못 했습니다. 그래도 한 번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공산당 선언>을 읽게 되었는데 예상외로 잘 읽혀서 자신감을 얻었지요. (여전히 자본론은 그 압도적인 양과 두께로 인해 시도를 못한 상태입니다.)
제가 어떤 책을 술술 읽었다는 것의 의미는 빨리 읽었다, 원숭이도 이해할 만큼 쉬웠다라는 뜻은 아닙니다. 워낙 책을 느릿느릿 천천히 읽는 편이어서 급하게 읽은 책은 늘 탈이 납니다. 단지 맥락을 파악할 수 있었다면 쉽게 읽은 책으로 분류하고, 맥락을 파악할 수 없으면 어려운 책으로 분류합니다. 철학 쪽을 기웃대고 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는 것만 봐도 제 독서력은 일천한 수준이에요.
유식과 무식의 경계는 상대적이라서 혹자는 저를 손가락질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학계에 속한 분들로부터 무시와 배격을 당한 적도 있고요. 그래서 서형우 님이 마르크스 철학 자체를 질문한 것인데 제가 질문의 뜻을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한 답변을 늘어놓는 것은 아닐까 했습니다. 만약 공론장에서의 발언에 대해 토론할 의도로 던진 질문인 걸 알았더라면 저 역시 조금 편한 마음으로 답글을 달았을 겁니다.
어쩌다보니 말이 또 길어졌네요.
아무쪼록 답글 감사드리고 조금이나마 오해가 풀리길 바랍니다. :-)
@악담
무엇을 피하라고나 보라거나 하는 해석은 폄훼나 과장된 찬사를 피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고 그래야만 한다고 봅니다.^^
시를 쓴 것은 아니지만, 시 쓰는 사람의 화법을 버리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비유가 편하기도 하고요. 정곡에 닿았는지에 대해서는 늘 의심하고 있습니다만 말입니다.ㅎㅎ
거두하고, 절미하고, 요리되고 접시에 담긴 물짐승의 어느 한 토막을 바라보며, 한때는 물짐승이었으나 이제 옛 바다와 물짐승의 고단한 삶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심해인지 근해인지 어떤 바다에 살아서 이러한 육질을 갖게 되었는지는 논할 필요 없고, 요리된 육질이 이러하다는 것을 논하면 된다. 비유하자면 그런 것쯤이 될까요? 비유가 엉성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악담님 생각에 저도 동의합니다. ^^
@서형우 제가 오해가 가도록 발화하였다면 죄송합니다. 그리고 불편한 마음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신승아님의 독서력은 저에 비하면 훌륭한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공론장에서 좋은 가르침 많이 부탁드립니다. 저는 한량인지라 읽고 싶은 것만 읽고 독서의 량이 적습니다. ㅠㅠ 그러다보니 주워들은 것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글을 쓸 때는 체크를 하려고 하지만요.
@신승아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완님이 저렇게 말씀하신 것은 이완님이 텍스트의 모든 부분을 꼼꼼히 이해하려 노력하시는 분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스물다섯 살에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을 쉽게 술술 읽으셨다고 하셨을 때...
"귀족들은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프롤레타리아트의 동냥자루를 깃발 삼아 내흔들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귀족의 뒤를 따라나서자마자 그들의 등뒤에 그려진 낡은 봉건적 문장(紋章)을 발견하고는, 큰 소리로 비웃으며 흩어졌다. 프랑스 정통 왕당파의 일부와 청년 영국파가 이 같은 희극을 연출했다."
이 문단의 역사적 배경까지 모두 이해하셨나요?
일단은 뭐... 다른 걸 떠나, 고전을 읽는 건 언제나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마르크스를 읽지 않는다고 해서 사회주의를 모른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마르크스주의와 다른 사회주의는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저는 뭐... 자본론 사놓고 못 읽겠어서 ㅋㅋㅋㅋㅋ... 공산당 선언이야 술술 읽히지만, 뭔가 막스 베버가 더 재미있고 개인적으로 인류학이 더 재미있어서요 ㅋㅋㅋㅋㅋ...
그런데 저는 뭐.. 본인이 마르크스주의자라고 안 하고 사회주의자라고 했는데, 왜 꼭 기필코, 마르크스를 읽히려고 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마르크스를 안 읽고 마르크스를 논하지 말아라 수준은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마르크스가 사회주의의 본류이고, 폴라니는 곁가지라는 말은... 뭐.. 일단 폴라니 본인이 자신이 사회주의자라고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ㅋㅋㅋ
착근화와 탈착근화 논의와 자본론의 생산량 생산관계에 대한 공식들과, 그것이 뭐가 한 뿌리와 가지의 논의로 볼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왜 마르크스 안 읽고서 좌파를 논하지 말라고 말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세상에 근본 모순이라곤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요..... 알튀쎄 표현대로 "최종심급의 고독한 순간은 오지 않"지만, 오지 않는 이유는 최종심급 자체가 없기 때문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