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주지 않는 꽃

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3/03/24
빨래를 널러 옥상에 올라갔어요.

미세먼지가 안좋다는데, 이불빨래를 좁은 베란다에 널 수는 없었어요.

지대가 꽤 높은 3층 빌라옥상에서는 학교와 교회, 고층아파트가 보여요.   
얼마전 동네 오래된 건물이 철거된 곳은 건물과 건물 사이에서  이가 빠진 것처럼 텅 비었네요.

근데...

건물이 없어져서 내 마음이 이토록 허전한 걸까요? 그건 아닐 듯 했어요. 그게 뭔지 잘 몰랐어요.
빈 빨래바구니를 들고 한동안 옥상을 서성거렸어요.

새들이 날면서 지들끼리 메시지를 주고 받는지, 띄엄띄엄 공사하는 소리 틈으로 짹짹이는데
그때 허전함의 정체가 떠올랐어요.

아, 목련!!

이맘때면 우중충한 건물을 배경으로 촛불처럼 환하게 켜지던 꽃.
목련이 건물과 함께 사라진 거에요.

꽃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습니다. (꽃 같은 울 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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