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

홈은
홈은 · 15년차 집돌이
2022/10/31
이태원 지역을 종종 찾는다. 20대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고 30대에는 배우자 그리고 아이와 함께 방문했다. 40대가 된 지금은 주로 가구점과 미술관 방문을 위해 가는 곳이다. 이태원은 아무나 방문할 수 있는 곳이고 어느 누구도 길에서 깔려 죽을 자격 따위는 갖추고 있지 않다.

10대 아이가 왜 그 시간에 거기 있냐고? 보호자랑 갔을 수도 있고 형제와 함께 놀러 갔을 수도 있다. 입시를 마친 학생이라면 친구들과 함께 기분 전환하러 나갔을 수도 있는 일이다. 만약 영재학교 학생이 사망했으면 10대 아이가 외출한 것을 문제 삼았을까? 참사가 일어난 장소가 대치동이었어도 10대의 죽음에 그런 꼬리표가 붙었을까. 공부를 위해서는 아무리 늦게 귀가해도 괜찮고 놀다가 11시에 귀가하면 잔소리를 하는 이중성은 보이지 말아달라.

구급차가 있고 사람들이 쓰러져서 응급조치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함성이 들렸다며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을 비난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치료에 불필요한 소음을 강제로 차단시킬 수 있는 공권력은 어디에 있었나. 예고되지 않은 사고 발생 시 대처하는 매뉴얼이 있었다고 하자. 적용은 지나가던 시민이 해야 하나? 할 수나 있나? 핼러윈 시즌에 구급차와 쓰러진 시체 상황극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 않나. 꼭 그렇게 그 자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죄인으로 몰아야 속이 시원한가?

누가 밀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밀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핵심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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