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노래를 들어라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3/06/15
가만히 책상 앞에 고여있습니다. 고양이 모란은 다가와 손끝에 축축한 코를 비벼대다 손끝을 핥습니다. 고양이 혀는 생각보다 까슬까슬해서 자다가 고양이가 핥기라도 하면 아직도 놀라곤 합니다. 물론 발가락을 깨물리곤 하면 화들짝 놀라 잠이 깨곤 하죠.
   
밤이 안개처럼 도시를 침범합니다. 도시는 밤으로 함락되었으며 사람들은 어둠에 취해 느슨해진 걸음을 옮겨 한 명도 빠짐없이 집으로 돌아가 내일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늦은 밤의 여름은 가만히 손가락사이로 깍지를 끼며 파고들 때가 있습니다. 나는 깍지 낀 손가락을 부드럽게 집게손가락으로 어루만지며 신발을 신고 문만 열리면 뛰쳐나오려는 모란을 막고 건물을 빠져나와 밤을 걷습니다. 밤의 손바닥은 한 번도 일을 해본 적도 없는 사람처럼 부드럽고 핸드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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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겨울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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