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사람을 알아보기 (1) 경계혼란

김영혁
김영혁 인증된 계정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입니다.
2023/08/02

좋은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은 행복의 필수 요소입니다. 사람들과 가까워지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혼자 남겨지기를싫어하는 마음은 사람의 본성이고 또 포유류의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관계는 어떻게 만들고 유지할 수 있을까요?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그 시작은 당연히 성숙한 사람과 미성숙한 사람들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지는 것일 겁니다. 오늘 여기서 저는 그 방법에 대해 정신의학의 입장에서 하나씩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쉽게 말씀드리려고 노력하겠습니다만 설명이 어려우실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보면서 각자 경험하신 것에 비추어보면서 차분히 읽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미성숙한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지표로 정신과에서 성격을 평가할때 사용하는 개념으로 “자기(self)와 대상(object)의 경계혼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기서 시작해보겠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의 경계혼란이라니? 얼핏 봐서는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이 서로 다른 독립된 존재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당연히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물리적으로요. 그렇다면 심리적으로는 어떨까요?

이것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려면 우리는 아주 어린 시절인 갓난아이 때로 돌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조금만 상상력을 발휘해서 우리가 갓난아이라고 상상하고 아기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봅시다.

아기가 갓 태어나고 나서 얼마나 혼란스러울지 상상할 수 있을까요? 엄마의 뱃속에서 배고픔 없이 지내던 나날은 이제 끝났습니다. 모든 욕구가 자연스럽게 충족되는 비현실적인 공간인 엄마의 자궁을 떠나서 아기는 처음으로 먹지않으면 배가고프고 자지 않으면 짜증이 나는 물질 세계로 던져지게 됩니다. 

그런데 아기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됩니다. 화를 내고 울면 맛있는 모유를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울면 모유가 생긴다. 아기는 이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게 될까요?

”어머니가 육아로 힘든 중에도 고맙게도 나를 먹이기 위해서 모유를 준비해줬구나.” 라고 생각할거라고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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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입니다. 정신분석에 많은 관심이 있습니다. 심리학에 대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접근을 좋아합니다. 아마추어개발자로 불면증인지행동치료 앱 ‘쿨쿨‘을 개발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책이 아니라 현실의 관점에서 정신분석과 심리학을 바라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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