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성별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4/05/18
오래전 제가 살던 곳에는 동네와는 어울리지 않는 전원주택이 있었죠. 꼭대기 층에는 작은 다락방이 있었어요. 그러고 보면 삼층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 집에 대한 예의 같기도 하네요.
그곳은 늘 불이 꺼져 있어서 아이들의 무한한 호기심의 대상이기도 했죠. 그곳에 섣불리 가볼 수 없었던 건 얼굴에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관리인으로 있었는데, 잠시동안 창문을 열고 집 안에 있던 사내가 마당을 깨끗이 쓸고 나면 다시 사라지고 없었죠. 우리는 사내가 있던 시간이 두려웠고 그가 사라지고 난 뒤의 시간은 돌아올 두려움으로 근처를 가볼 수 없었죠.
   
그리고 여름이 시작되면 엄마와 아빠 그리고 작은 계집아이와 양복 바지를 입은 사내아이가 한동안 그 집 마당을 돌아다니거나 여러 대의 차량이 주차해 있던 날엔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곤 하였어요. 나중에서야 바비큐 파티라는 것을 알았지 그땐 음식을 앉아서 먹지 다들 왜 서서 저렇게 먹고 있나 생각하곤 하였죠. 
   
그 집은 기와가 너무 예뻐서 동네 사람들은 빨간 기와집이라고 불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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