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내리는 눈, 단호한 결정.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4/01/09
전기장판 위로 검은 쌀 가루처럼 누워있다가 눈을 뜹니다. 이 아침은 검은 쌀과 잘 버무려진 쌀가루들이 수증기를 맞이하며 제법 굳어가고 있습니다. 누군가 젓가락으로 몸을 파고들어도 쌀 가루는 묻어 나지 않을 것입니다.
 
콩가루를 제대로 묻히지 않은 고양이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밥 줄 사람이 일어난 것을 축하합니다. 세상은 아직 뚜껑이 열리지 않은 깜깜하고 거대한 찜기 같습니다.
 
어떤 집안이든 아픈 손가락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집안의 장남이었던 아버지에겐 여동생과 남동생 그리고 제일 어린 여동생이 있었습니다. 제가 태어나자 할 수 없이 막내 고모가 되어버렸습니다. 어릴 적 기억으로 여드름이 얼굴에 가득하였고 직장을 여러 군데 옮겨 다녔으며 어린 조카에게 심부름을 시키곤 하였습니다. 막내 고모는 늦은 나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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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겨울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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