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앞에 무력한 사회를 바라보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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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4
출처: alookso
안녕하세요. 오늘의 [글로벌 클래스] 파일럿 이재현 에디터입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한 유명한 철학자의 말이죠.

참사가 일어났고 희생자가 생겼습니다. 당일의 정황에 대한 기사와 책임론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자리를 지켰던 사람들, 성실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낸 이들에게 관심과 지지를 보내야 합니다. 오늘 Politics 항공편은 휴항입니다. 애도하는 분들과 함께합니다.

Economy 항공편에선 독수리와 판다가 깨지면 일어나는 일을, Technology에서는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건을 다뤄볼까 합니다. 탑승 안내 시작합니다.

📌 Politics: 참사 앞에 무력한 사회를 지켜보는 마음
출처: alookso
‘여기 사람이 너무 많아. 이래도 괜찮을까?’

월요일 아침, 지하철에서 에디터의 뇌리를 스친 생각입니다.

‘압박’과 ‘밀집’은 오늘날 한국 사회를 상징하는 거대한 메타포인 것 같습니다. 어떤 곳은 한산한데, 어떤 곳은 밀집되어 있습니다. 타인의 몸과 마음이 내 공간을 침범해 넘어올 정도로요. ‘좁은 문에 밀집돼 타인의 압박을 받는 청년’이라는 테마가 무언가를 상징하는 것은 아닌지 명상하게 됩니다.

사태를 지켜보며 뾰족한 관점을 갖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본질을 이해하고 무엇이 노이즈인지 판단할 수 있죠.

‘인간은 상실을 통해 비로소 잃은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게 된다.’ 어떤 철학자의 글을 읽으며 든 생각입니다. 이 비극이 더 많은 사람에게 공감할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희생자, 유족, 현장에 있었던 경찰관, 소상공인, 예술가, 10대와 20대 학생 및 청년, 외국인 등, 우리가 함께 알아가고 공감해야 할 사람들이 많습니다. 쉽게 말을 얹기보다, 마음으로 함께하고 싶습니다.

‘공감의 확장’이야 말로 더 큰 인간, 더 나은 사회가 되기 위한 실마리일 테니까요. 아홉시 글에서 에디터가 밑줄 그은 문장을 소개합니다. 이번 항공편은 휴항합니다.

고통이 몸의 경계를 정하는 것이라면 당신은 감정을 이입함으로써, 그들의 고통에 함께 아파함으로써, 어떤 사회 구성체의 일부가 되는 셈이다.

자아를 규정하는 것은 고통과 감각이다. 당신이 느낄 수 없는 것은 당신이 아니다. 느껴지지 않는 것은 선뜻 돌봐 줄 수가 없다.

감정이입이란 같은 경험을 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여기서 듣는다는 것은 그들의 이야기를 나의 언어로 해석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들의 어휘 자체를 익힌다는 것이다. … 그렇게 타인의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어휘를 알아 가는 것은, 내 안에 있던 어떤 어휘의 의미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그건, 그 달라지는 어휘만큼의 나를 버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 Economy: 판다와 독수리가 헤어지면 일어나는 일
출처: AFP 연합뉴스

‘역사는 끝났다. 자유주의의 승리다.’ 한 학자가 유명한 저서를 통해 주장했던 내용입니다. 자유주의란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를 말하죠.

‘아니, 갈등은 이제 시작이다. 문명(문화)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갈등이 펼쳐질 것이다.’ 다른 정치학자가 주장했습니다. 문명충돌론이라고 하죠.

시장경제가 승리했고, 더 완벽한 세계화를 향해 세계가 나아가고 있다는 주장은 이제 설득력이 없습니다. 판다(중국)와 독수리(미국)는 이미 헤어지기로 결심 했거든요.

탈동조화(decoupling), 어려운 단어 같지만, 영어 원문을 보면 의미를 파악하기 쉬워집니다. 커플이 깨지는 현상이죠. 두 사람이 헤어지면 어떻게 되나요? 주변 관계망에 ‘지각 변동’이 생기게 됩니다. 헤어진 두 사람은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한편, 함께 만나던 친구들을 자기 친구로 만들기 위한 ‘외교’ 작업을 시작합니다. 헤어진 친구들 사이에서 난감했던 경험, 해보셨는지요? 바로 한국과 일본이 처한 상황이죠. ‘너 내 친구야 아니면 쟤 친구야?’

독수리는 홀로서기를 위한 비행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미국의 중간선거는 11월 8일, 미국의 정치에서는 중부 러스트벨트의 백인 중산층의 지지가 중요합니다. 어떤 정치철학자는 트럼프가 2016년에 당선되었던 것이 민주당의 엘리트주의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죠. 내부로는 중산층 노동자층의 표심을 자극하면서, 외부로는 ‘홀로서기’와 ‘친구 만들기’에 나선 미국의 계획을 간단히 살펴봅니다.

독수리의 비행계획

  • 제조업 육성: 인프라와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신규 제조 시설에 대한 세금 공제 등의 인센티브로 390억 달러가 편성됐습니다. 공적 자금이 투입되자 투자 붐이 촉발돼 인텔, 퀄컴 등 업계 리더들이 투자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 중산층 지원: 제조업체가 세금 공제 혜택을 모두 받으려면 근로자에게 적정 급여를 지급하고 견습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합니다. 숙련 노동자 풀을 확보할 수 있고 고임금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겠죠.
  • 친환경적인 경제 구축: 약 5,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금이 투입됩니다. 리튬 배터리, 해상풍력발전기 설치 선박, 탄소 포집 시설 건축 등에 대한 인센티브가 포함됐습니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도 들어갔죠.
  • 수출 통제 정책: 미국 시민권이나 거주권을 가진 이가 중국의 첨단 칩 개발을 지원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의 법안이 지난 10월에 통과됐습니다. 첨단 반도체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겠다는 겁니다.

판다와 독수리가 헤어질 때, 호랑이는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요? 이번 항공편에 탑승해서 함께 고민해보시죠.


📌 Technology: 이젠 ‘머스크의 트위터’
출처: 뉴욕타임스/Matteo Berton

‘실리콘밸리 거부가 취미로 회사 하나쯤 사는 일은 손쉬운 시대’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과정을 지켜보며 들었던 생각입니다.

트위터가 어떤 회사인가요? 파랑새, 140자, 아랍의 봄 등 바로 떠오르는 상징과 사건들이 있는, 글로벌 소셜미디어입니다. 아랍의 봄(Arab Spring), 월가 점령 운동(Occupy Wall Street), 그리고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LivesMatter)와 같은 큼직한 운동에 젊은 시민들이 의견을 공유하는 데 사용한 플랫폼이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트위터가 한때는 강자에게 대항하는 약자들의 도구였으나, 강자들이 인기 투표를 하는 곳으로 바뀌었다가, 이제는 거인에게 인수당했다고 말합니다. 트위터와 특히 연관이 깊은 거인은 도널드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겠죠. 트럼프는 트위터로 영향력을 더욱 키워 2016년에는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지난해 1월 의회 난입 사태 이후 계정이 완전히 정지됐죠.

머스크가 트위터에 가입한 것은 2009년, 그는 그 누구보다 인기를 활용해 이슈를 만들고 관심을 끄는데 능했습니다. 기회가 생기자, 그는 트위터를 사버리기로 결심합니다.

부자들은 자신의 부를 증명하기 위해 제트 비행기나 요트를 샀습니다. 섬을 사거나 저택을 꾸미는 일도 했죠.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딜 규모는 440억 달러(약 62조 4천억원), 전 세계 2억 4천만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개인이 구매한 것입니다. 1995년 이후 대규모 IT 기업 인수 규모 중 10위에 꼽힐 정도로 큰 딜이었습니다.

인수 후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 빠르게 소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인수를 마치자 경영진을 해고하고 이사회를 해산했습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직원 50%를 해고하고, 수익 개선을 위해 ‘트위터 블루’ 요금을 월 4.99달러에서 8달러로 인상할 것이라고 합니다. 내부 광고 마케팅 임직원이 줄줄이 퇴사하고 있고, 기존 광고주의 이탈 역시 예정된 수순으로 보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머스크가 콘텐츠 관리 정책을 느슨하게 바꿀 것이라는 예상 때문입니다. 가짜뉴스, 인종차별, 성차별 내용을 담은 콘텐츠가 트위터에 넘쳐나게 될 가능성이 있는 거죠.

기업가가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SNS가 정치에 영향을 쉽게 미칠 수 있는 시대, 얼룩커가 계속 지켜봐야 할 중요한 사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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