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직원은 왜 책을 썼을까

유철현
유철현 인증된 계정 · 편의점 홍보맨
2024/03/31
『어쩌다 편의점』 유철현 저자 (사진 : 본인 제공)
유철현 작가는 2010년부터 편의점 회사에서 홍보맨으로 일하고 있다. MBTI는 매번 바뀌지만 생산성 강박증을 가진 합리적 이상주의자. 말썽쟁이 남편이자 딸바보 아빠다. 편의점 홍보맨 10년차 때,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루에만 1,6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하는 편의점이라는 세계에 대해 나만이 알고 있는 이야기 상자를 풀어내고 싶었다.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던 시절, 꾸역꾸역 2년에 걸쳐 원고를 완성했다. 여러 차례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했고, 지난 3월 돌베개에서 『어쩌다 편의점』이 출간됐다. 
 
<얼룩소>에서 유철현 작가를 서면으로 만났다. 



📌 직장생활 만족도? 98점입니다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하셨다고요? 논픽션 원고를 투고해서 책으로 나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들었습니다.

출판 쪽에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원고를 투고하는 길 밖에 없었죠. SNS나 블로그, <얼룩소> 같은 미디어 플랫폼 활동을 전혀 안 하고 있었기 때문에 출간을 제안받기란 살면서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았으니까요. 물론 투고를 통해 출판사의 간택을 받았을 때는 진짜 벼락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웃음)

원고를 쓸 때의 가제는 '여기, 나와 당신의 일상'이었다고요.

편의점 책이지만 편의점 책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제목에 ‘편의점’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촌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요. 『어쩌다 편의점』은 편의점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 알맹이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풍경과 감정, 그를 통해 삶의 단출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책의 콘셉트를 명확히 하기 위해 제목에 ‘편의점’을 넣기로 했어요. 아내의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기고 출판사의 말을 잘 들으면 2쇄는 찍을 수 있다(혹은, 그 확률이 높아진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출판사의 의견을 잘 수렴한 덕분인지 최근에 2쇄를 찍었다고요. 지금은 만족스러운 제목인가요? 
 
(회사 이야기를 조금 해도 되겠지요?) 저희 회사는 2012년에 일본 브랜드인 ‘훼미리마트’에서 대한민국 브랜드 ‘CU’로 독립을 했습니다. 그땐 임직원부터 점주님들까지 분분했습니다. 전 국민이 다 아는 브랜드를 왜 갑자기 쌩뚱맞게 아무도 모르는 CU로 바꾸려 하느냐라는 목소리가 많았죠. 그런데 지금은 훼미리마트를 떠올리는 사람은 없을뿐더러 CU가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는 엄청 친숙한 브랜드가 됐어요. 『어쩌다 편의점』 도 저에겐 그런 제목입니다. 막상 정해 놓고 보니 귀엽고 매력적이고, 처음보다 훨씬 더 애정이 갑니다. 특히 '어쩌다'라는 부사가 편의점을 이용하는 장면을 연상케 하는 공감각적인 느낌으로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아주 깜깜한 밤에 편의점의 환환 불빛을 보고 안도해 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써주신 김혼비 작가님의 추천사처럼 밝고 사랑스러운 반가움이 독자들께 잘 전달되길 바랍니다.

취업준비생 시절에는 광고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꿈이었다고 책에 밝히셨어요. 편의점 홍보맨이 된 지금, 어떠신가요? 직장생활에 만족하시나요?

사실 광고 회사를 안 다녀봤기 때문에 상대적인 비교를 할 순 없겠지만 저는 편의점 홍보맨으로서 현재의 삶에 매우 만족합니다. 점수를 주자면 100점 만점에 90점, 까짓것 98점도 못 줄 건 없습니다. 회사도 동료들도 업계의 향후 전망도 모두 양호합니다. 누군가 "그렇다면 연봉에 만족하십니까?"라고 물으신다면 "자기 연봉에 만족하는 직장인이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라고 되묻겠습니다.
 
저는 1982년생인데요. 또래 홍보맨들이 엄청 많거든요. 제가 아는 동갑내기 홍보맨 중 이직을 한 번도 안 한 사람이 저 밖에 없어요. 그때 깨달았죠. 제가 평소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편의점을 많이 좋아한다는 걸. (누군가 또 "어디든 오라는 데가 없어서 이직을 못한 거 아니냐?"라고 물으신다면 "근데 아까부터 당신 대체 누구야?"라고 되묻겠습니다.) 아무튼 저의 지론 중에 "최상의 결과를 고르는 선택은 없다. 다만 그렇게 만드는 과정이 있을 뿐이다"가 있어요. 삶에 대한 만족과 행복은 결국 자기 자신의 노력 지분이 최소 51%라고 생각합니다.

편의점 회사에 다니기 때문에 얻는 이점이 있나요? 
 
(아주 현실적으로) 임직원은 10% 할인이 됩니다. 할인된 구매 금액에 최대 2% 적립까지 별도로 되니 꽤 쏠쏠합니다. 무엇보다 제가 꼽는 가장 큰 장점은 편의점은 실생활 소비 최전선에 있는 매우 젊고 빠르고 트렌디한 업종이라 일 자체가 무척 재밌다는 거예요. 세상에 재미를 이길 수 있는 건 많지 않잖아요? 덕분에 신체적 노화는 몰라도 저의 사회문화적 노화 속도는 주변 친구들에 비해 느리게 가는 것 같아요. 이 녀석들이 아는 연예인은 (좀 오버해서 말하자면 거의) 최수종, 하희라 부부에 멈춰 있어요.

각종 영상 매체에 편의점이 배경으로 많이 등장합니다. 우리 주변에 매우 익숙한 공간이기 때문이죠. 가장 현실적인 편의점 이야기를 한 콘텐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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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GF리테일 입사(2010년) - BGF리테일 홍보팀 언론홍보 파트 수석(2012년~현재) - 공인중개사(국토교통부), 가맹거래사(공정거래위원회), 경영지도사(중소벤처기업부) 자격 보유 - 편의점 에세이 <어쩌다 편의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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