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01/10
언니, 제발 부탁해요. 또 전화가 걸려왔다. 얘가 왜 이러나. 나를 얼마나 안다고. 딱 한 번 같이 밥 먹은것 밖에 없는데... 그때도 혼자 바쁘다면서 먼저 간게 다잖아.
그녀는 친구의 지인으로 마트에서 숙녀 가방, 지갑, 신발을 파는 매장의 메니저였다. 갑자기 직원이 그만둬서 사람을 급하게 구하는데 마땅한 사람이 없으니 당분간 나와달라는 얘기였다. 판매라면 무심코라도 생각해 본 일이 없는, 내 주변에도 장사라는 걸 하는 사람이 없으니 생소해도 너무 생소한 분야다.  더구나 마트에서 정해 둔 나이 상한선도 이미 훌쩍 넘었고.
거절과 부탁이 반복되는 사이 내 마음이 서서히 기울기 시작한 건, 도예공방을 접고 너무 시간이 널널했다는 것. 마트가 집에서 걸어 10분거리로 가깝다는 것. 그것보다 늘 문제의 그 호기심 나를 슬며시 부추겼다는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직원 구할 때까지만. 이란 단서를 달고 출근하기 시작한 그 판매원 일은 생각보다 너~무 힘이 들었다. 우선 잠시도 앉을 수가 없었다. 무려 8시간 동안을.
백화점 못지않게 고급스럽게 꾸며진 매장이 얼떨떨하고 어색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러나 이왕 하는거 잘 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매출을 많이 올릴 수 있을까 고민이 시작되었다.
억지로 손님을 끌고 올 순 없지만 들어 온 손님은 놓치진 말자. 그렇게 목표를 세웠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줄도 모르고.

날마다 생각을 했다. 내가 고객이었을 때를.  어떨 때 불쑥 구매를 했었던가를 꺼집어내 분석?을 해보았다. 가방이나 지갑은 지금 당장 안 사면 안되는 절박한 품목은 아니지 않은가. 살까말까 망설일 때 혹은 살 맘이 별로 없이 그저 구경이나 해보자는 마음일 때 결국은 사게 만든는 건 판매원에게 달려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럼 어떤 전략으로 다가가야 할까. 내가 고객일 때 유쾌했던 쇼핑 불편했던 경우 모두 소환해 꼽씹어 보았다.
그리고 내가 펼친 전략은, 일단 매장에 발을 들인 손님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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