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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받SO] 은희경 "소설가는 OO할 때 소설을 잘 쓴다"

은희경
2023/11/27
ⓒ정멜멜
"늙지 않는다"는 표현은 조금 낡은 표현이겠지만 소설가 은희경의 글을 읽으면 때로 놀라곤 합니다. 1959년생 작가의 문장 같지가 않아서요. 올 여름에 출간된 산문집 『또 못 버린 물건들』을 보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가졌습니다. 은희경은 "무엇보다도 내가 가볍고 단순해지려는 사심이 있었다."며 오랜만에 산문을 쓴 이유를 밝혔는데요. 오는 2024년 새 장편 연재를 시작하는 은희경 작가에게 오랜만에 안부 편지를 띄었습니다.

👩🏻‍🦰 2023년이 딱 한 달 남았습니다. 어떻게 지내세요?

이 질문을 받고 제 스마트폰 달력 어플을 열어보았는데요. 저 자신이 어떻게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몰라서가 아니라, 대체 뭘 하느라 그렇게 바쁜지 확인해 보느라고요. 요즈음 매일 외출하다시피하면서 분주하게 보내고 있는데(평소에는 일주일에 두세 번쯤 ‘사회생활’을 하는 정도거든요) 그렇다고 일상이 다채롭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아직도 신간 『또 못 버린 물건들』과 관련된 일정이 좀 남아 있고요. 강연과 심사도 되도록 하고 있어요. 이 일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가족과 맛있는 것 먹고 친구들 만나서 놀고, 무엇보다 밀린 독서를 하고 싶어요. 정신에 인풋이 없으니 불안하고 때로 결핍감도 느끼게 되네요.

👩🏻‍🦰 출판계가 심각한 불황이라는 이야기가 올해 유독 '더' 자주 들립니다. 체감하시나요?

당연히 느끼죠. 책의 저자로서도 그렇지만, 작은 출판사와 작은 책방들이 특히 힘들어해서 걱정됩니다. 책 읽는 인구가 줄어드는 건 어떻게 보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개편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필연적인 현상 같기도 해요. 하지만 수목한계선 같은 경계까지 내몰리면 안 될 텐데요. 나무가 지구의 생명을 지키는 필수품이듯이, 책을 통해 전달되는 사유와 감각은 인류 문명의 기반이니까요. 우리 사회가 문화 인프라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대중적인 경쟁력을 떠나서 좋은 콘텐츠를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하는데 현실은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네요. 결과적으로 자본과 상업적 경쟁력을 가진 책만 간신히 살아남아 책방에 깔린다면 독자들로서도 큰 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지 못하면 사유의 영역도 점점 획일화되고, '푸코의 감시 사회'가 떠올라요.

(네, 맞아요. 책을 읽어 달라고 겁주고 있는 거예요. 전혀 위협적이진 않네요. 보태기 : 책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에 하필 그걸 위해서 잘려나가야 하는 나무를 등판시켜서... 하지만 제가 알기로 숲에는 나무를 베어주는 간벌도 매우 필요하다고 하고, 또 재생 종이와 사탕수수 종이도 있고, 나무를 살리자는 내용의 책도 많고요. 아무튼 책과 나무는 서로 사이가 좋은 걸로. 👧🏻 )

👩🏻‍🦰 작가들의 직접적인 홍보 활동이 필수적인 시대입니다. 출판사에서는 작가들에게 SNS를 열심히 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하죠. 작가의 입장에선 이런 요구가 어떻게 느껴지나요?

직접 홍보가 필요하고 또 출판사에서 원한다는 건 필연적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직접 홍보 활동을 하느냐 아니냐는 작가 개인의 선택이 아닐까 해요. 제 주변만 봐도 SNS 홍보에 적극적인 작가도 있는가 하면 계정조차 만들지 않는 작가도 있습니다. 부캐로 활동하는 작가나, 저처럼 매우 적극적인 태도로 참여하여 구경만 하는 작가도 있겠고요. SNS를 하지 ‘않는’ 것을 포함해서, 작가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홍보가 모든 작가들에게 필수사항이 된다면 저 같은 소심한 작가는 좀 곤란하겠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저의 작가 생활은 (물리적으로) 끝날 것 같습니다. 

(보태기 : 얼마 전에 랜선 사인회를 했어요. 온라인 생방송 시간 동안 책을 구매하신 분들께 저자가 사인을 해서 보내드리는 프로그램인데, 홈쇼핑 같은 느낌이라 처음 제안을 받고는 약간 주저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방송에 들어가니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나중에 책에 사인을 하며 구매자에 남자 이름이 많아서 깜짝 놀랐고요. 북토크나 사인회 때에는 남자 독자가 좀 귀하잖아요. 물론 이름만 보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샤이 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홍보의 장점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랜선 사인회가 의외로 재미가 있어서 제가 홍보에 소질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그날 집에 돌아가 몸살 기운에 시달리면서 아, 아니구나 깨달았죠. 👧🏻 ) 

👩🏻‍🦰 후배 작가들의 책을 꾸준히 읽고 계시죠? 어떤 작품들의 등장이 유독 반갑나요? 30년 전 작가님이 소설을 쓸 때와 어떻게 달라졌다고 느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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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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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새의 선물>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소년을 위로해줘> <빛의 과거>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 <장미의 이름은 장미> 산문집 <또_못 버린 물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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