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길을 채집하고 싶다.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06/08
초등학교 여름방학 숙제엔  빠지지 않고 꼭 등장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곤충채집과 식물채집이었다.
도대체 이 두 가지가 어김없이 방학숙제에 등장했던 이유가 뭘까. 지금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일기도 쓰기 싫었지만 그래도 일기는 마지막날에 후딱 몰아서 써도 되긴 됐었다. 그러나 곤충, 식물 채집 같은 건 한꺼번에 할 수 있는 품목이 아니지 않은가.
특히나 곤충채집은 보기에도 징그러운 곤충을 커다란 상자 같은데 핀으로 고정을 시키고 상하지 않게 나프탈린을 넣어주기도 해야하는 등 번거롭고 죽어도 하기 싫은 숙제였었다. 그러니그런 숙제는 어른들이나 하여튼 누군가가 대신 잡아주고 대신 만들어 주어야만 했다.

중학교 때도 곤충채집 숙제가 있었던 모양이다. 친구와 같이 곤충채집 한답시고 대구 근교 동화사까지 출동을 했던 기억이 나는 걸 보면. 근데 문제는 생각만큼 주변에 곤충이 많지가 않았다는 것이다.  도시 한 복판에서 파리 잠자리 빼고 무슨 곤충이 그리 다양하게 있었겠으며 있었다 해도 내 손에 잡힐 가능성은 극히 낮았을 것이다.
동화사도 마찬가지였다 계곡을 따라 걸으며 곤충을 찾았지만 거의 허탕을 치고 겨우 커다란 거미를 한 마리 잡아서 학교에 제출 했더니 생물 선생님이, 거미는 곤충이 아니다. 곤충의 조건은,  머리, 가슴, 배로 되어있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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