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인문학협동조합원이 되었나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10/28
인문학을 통한 연결. 출처-인문학협동조합 홈페이지

나는 왜 인문학협동조합원이 되었나
   
인문학협동조합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대학원 과정생이거나 박사과정을 마친 뒤 시간강사 직을 견뎌내는 사람들이다. 물론 다소 안정적인 교원 지위를 가지고 있는 분들도 상당수 있다. 형편이 다르면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내가 조합의 선두에서 일을 진행하면서 경험한 바에 따르면 우리 조합원들의 대다수는 지나치게 금욕적이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도저히 견적이 나오지 않는 수입을 가지고 어떻게든 생활을 꾸려나간다. 그럼에도 일에 대한 욕심을 보이기보다 양보를 먼저 내민다. 물론 이런 태도를 순수한 덕성의 차원에서만 이해할 필요는 없다. 모두가 출발선이 다르고, 여력의 정도도 천차만별이다. 또 제 전공과 제 분야 아닌 것에 대한 겸양을 오랜 연구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득했을 것이다. 윤리 이전에 깜냥이 활동을 제한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문제의 소지는 오히려 다른 곳에 있어 뵌다. 조합원들이 인문학협동조합의 정체에 대해 각자 다르게 이해하고 있으며, 기대하는 바가 모두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직업적 연대로서 적절한 수입을 기대하며 조합 활동에 참여하지만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어떤 사람은 한국의 대학과 그 주변의 기형적 연구 환경의 척박한 풍토를 개선하고자하는 정치적 태도로서 조합의 일원으로 가담하기도 했다. 인문학협동조합이 한국사회의 비정상적인 인문학 장에서 모종의 건강한 움직임을 보여줄 것을 희망하며 출자금을 건네고 후원하는 사람도 있다. 또 그저 한 발 걸쳐둔 채 정체모를 빚을 탕감하듯 월조합비를 납입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인문학협동조합
그렇다. 여기에는 인문학 연구를 둘러싼 저간의 사정이 짙게 반영되어 있다. 내 또래의 연구자들 중 몇 년 안에 당당히 정규직 ...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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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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