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의 단어와 몇 개의 숫자 속에서 <최소한의 유럽 예술 여행> 1회

정은주
정은주 · 작가/음악 칼럼니스트
2023/12/25
5분도 안 되어 정상에 오를 수 있다던 할아버지 직원의 "농담"에 속아 올랐던! 프라하 성의 남쪽 탑에서 바라본 프라하!

메멘토 모리와 유럽 예술 예행의 긍정적 만남

저는 종종 이름, 나이, 성별, 직업, 주소, 재산, 가족 관계 등이 기록된 서류에서 살아가는 기분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나는 오직 나일뿐인데, 서류상의 기록이 없는 나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기가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름도 없이 태어나 죽어간 수많은 문명 속의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이러한 세상에 태어난 것은 행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세상의 틀에 반기를 들겠다는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그저 나에 대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생각보다 나라는 존재는 복잡하다는 것, 그만큼 또 단순한 존재인지도 모른다는 것, 우리 모두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방식으로 지구를 떠난다는 생각까지 닿곤 합니다.      

제가 삶의 유효기간에 대해 허무한 마음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제 아버지의 죽음 이후입니다. 사실 아주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하지 못한 분들은 어떤 의미에서 진짜 죽음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를 수 있습니다.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으로는 깨닫지 못하는 진짜 죽음의 모습들에 대해서요. 만약 반백이라 일컫는 인생의 반을 살았다 치는 50세가 다 된 나이에도 여전히 그의 부모와 형제들이 모두 건강해 살아있다면, 죽음에 대해 크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그런 분들을 진심으로 부러워합니다. 반면 예를 들어 20세에 가족의 죽음을 경험한 분들에게 죽음은 앞에 설명한 분들보다 더 선명하게 다가갈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우리는 경험에 비례해 주변의 현상들을 하나 둘 깨우치고 학습하는 존재이기도 하니까요.  

얼마 전 제가 참 애정하는 선배의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늦은 밤 선배께서 말하길, "너는 그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보냈구나, 정말 힘들었구나"라는 한 마디를 해주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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