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뼈

재재나무
재재나무 ·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2024/04/09
복숭아뼈
/최금진

복숭아꽃 피던 시절
도시락을 싸서 너와 소풍 가던 기억 단단하다
너와 먹던 복숭아 조각이 어떻게 발목까지 내려가
복숭아뼈 화석이 되었을까
나는 너의 발뒤꿈치를 가만히 물었다
노리기 좋은 희디흰 발목이었으니까
달콤한 독 잔뜩 오른 독사가 되어
우리가 나뭇가지에 물컹물컹한 몸을 쪼개어 열려
거꾸로 익어갈 때
너무 오래 걸어와 돌아가는 길을 잊은 한 사람은
기꺼이 그 과실을 따먹었으니
너의 발목에 족쇄처럼 사랑은 자취를 남겼나니
복숭아뼈엔 복숭아 먹던 흔적이 있어서
네 희고 향긋한 발목을 보면
죄는 익어가고
아름다운 기억은 이렇게 모든 여정을 걸어와 발목에 모여 고였나니
그 굳어버린 호수의 뼈여, 둥근 바닥이여
복숭아꽃 피는 시절에 우리는 한 나무에 달려
우리의 유방과 엉덩이와 발그레한 얼굴을 나누어 가졌나니
그 무게의 하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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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그냥 저냥 생활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입니다.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글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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