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건은 과장되고 확산되지만, 어떤 사건은 축소되고 가려진다. 그 이유를 알고 싶어 형사소송 디깅을 시작했다. 매주 한 편씩 우리가 함께 이야기해보면 좋을 형사소송을 디깅해보려고 한다. 비슷한 사건, 비슷해 보이지만 어딘가 다른 판결이 난 사건들, 답글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피해자의 옷차림, 특히 피해자 여성의 옷차림은 성폭력 사건에서 피고인이 자주 걸고 넘어지는 문제. 그중에서도 청바지 성폭행 불가론은 여전히 대다수 성범죄 가해자들이 펼치는 주장. 사건이 합의에 의한 것이냐 강제로 일어난 일이냐를 다퉈야 하는 판결에서, 가해자는 성범죄 당시 피해자가 꽉 끼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강제로 피해자를 탈의시킬 수 없다는 논리를 펼쳐온 전례들이 있었기 때문. 우선, 그 역사를 간략하게 짚어보면,

• 1990년대 초 서울지법, 청바지를 입은 여성을 포니 승용차 안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 피고인의 “포니 승용차 조수석에서 청바지를 입은 여성을 어떻게 성폭행하느냐”는 말을 듣고 해당 사건을 맡은 판사는 자신의 아내에게 청바지를 입힌 뒤 포니 승용차 안에서 사건을 재연했고, 여성이 반항하는 상태에서 찢어지지 않는 청바지를 내리고 성폭행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 무죄 선고.

• 2008년 서울고법, 강간치상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원심에 대해 항소심에서, “아래로 갈수록 폭이 좁아지는 벗기기 힘든 청바지를 입고 있었고, 이 청바지와 속옷이 가지런히 말려 놓여 있었던 점을 볼 때 강제로 벗겼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근거 중 하나로 들며 무죄 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