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의 얄궂은 운명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3/10/23
은행나무 잊을 수 없는 냄새 ⓒ 픽사베이


”은행은 하루에 딱 다섯 알만 먹어야 해! 더 먹으면 머리 아파“

어릴 적 할머니는 바구니에 한가득 담긴 뽀얀 은행 한 줌을 프라이팬에 볶아주셨다. 할머니의 거친 손바닥에서 속껍질이 벗겨진 은행은 보석같이 빛났다. 연둣빛의 반짝거리는 은행은 별맛도 없었지만, 많이 먹지 말라는 말에 괜스레 감질이 났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뭇길을 운전하며 문득 할머니가 까주던 그 맛이 생각났다. 한참을 가다 차를 세울 만한 곳에 잠깐 주차하고 내렸다. 양팔을 둘러도 껴안을 수 없을 만큼 큰 은행나무 아래엔 지저분한 열매가 떨어져 있었다.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마스크를 꺼내 쓰고 그 비닐봉지에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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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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