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03
첨부해주신 글을 읽고 생각이 많아져 조금 길게 답글을 남겨 봅니다. 사회성을 절대적 가치로 여기는 세상에 대한 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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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성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사회생활을 하려고 하는 인간의 근본 성질. 인격, 혹은 성격 분류에 나타나는 특성의 하나로, 사회에 적응하는 개인의 소질이나 능력, 대인 관계의 원만성 따위'가 사회성이다. '부모의 사회성이 떨어지면 자녀의 사회성도 떨어진다'는 슬로우 라이프님이 첨부해주신 글을 읽고 나는 몸과 마음이 못내 불편했다. 나는 사회성이 별로 좋지 않은 부모이기 때문이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건 나쁜 걸까. 아무리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이라지만, 모두가 사회성이 좋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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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성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사회생활을 하려고 하는 인간의 근본 성질. 인격, 혹은 성격 분류에 나타나는 특성의 하나로, 사회에 적응하는 개인의 소질이나 능력, 대인 관계의 원만성 따위'가 사회성이다. '부모의 사회성이 떨어지면 자녀의 사회성도 떨어진다'는 슬로우 라이프님이 첨부해주신 글을 읽고 나는 몸과 마음이 못내 불편했다. 나는 사회성이 별로 좋지 않은 부모이기 때문이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건 나쁜 걸까. 아무리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이라지만, 모두가 사회성이 좋을 수 있을까.
이 글이 불편했던 건 사회성을 마치 인간이라면 꼭 가져야 하는 능력으로 전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문이 든다. 사회성은 꼭 좋아야 하는 걸까.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설 곳은 이 사회에 없는 걸까. 내게는 이 전제가 마치 외향적 인간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닮아있다고 여겨진다. 내향적인 성격을 단점으로 보고 외향적으로 바꾸어가라고 말하는 사람들. 왜 우리는 굳이 성격을 바꿔야 하는 걸까. 그저 타고 태어난 내 모습 그대로 살아가면 안 되는 걸까.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손석구가 연기한 구씨는 사람이 정말 싫다는 말을 한다. 아침에 눈만 뜨면 떠오르는 사람들 때문에 머리가 너무 복잡해 술에 의지하게 됐다고 말한다. 김지원이 연기한 염미정 역시 인간으로부터 관계로부터 해방되고 싶어한다.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건 인간이지만, 인간을 가장 인간답지 않게 만드는 것 또한 나와 같은 인간이다. 사회성이 좋든 좋지 않든 우리는 같은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고, 같은 사람으로부터 치유도 받는다. 후자만 있다면 인생이 편하겠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후자보다는 전자를 만나는 일이 더 많다. 맞지 않는 사람도...
공교육에서 관용을 더 가르친다면 사회성을 바라보는 관점이 더 다양해지지 않을까요? 그래도 저의 세대보다 관용은 늘어난 것 같아 보였습니다 20대 후배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해요
<아이에게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한다며 다그치고 싶진 않다. 사회성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그런 아이가 설 자리가 어딘가에는 있을 거라고 믿는다. >
<사회성은 인간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므로. 아이들이 자신의 생김대로 살아가도 되는 그런 세상이기를 바란다.>
너무 와닿았고 좀 무겁고 불편했던 제 마음이 위로받는 느낌이에요. ^^
저희 아들(초4)은 반에서 친한 친구가 없어요. 학원에서도 자주 보는 친구들과 인사하는 정도지 각별히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없어 항상 그 부분이 마음에 걸렸어요.
그래서 작년에 담임선생님께 상담을 한 적이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우리 아이는 친구관계보다 학교생활 자체가 너무 즐겁고 재미있어서 다니는 것 같다고, 수업시간에 너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학업 수준도 뛰어난, 배우는 것에 흥미가 더 있는 아이니 걱정 안해도 된다고 하셨어요.
실제로 주변에 별로 관심이 없고 늘 즐겁고 행복한 아이에요. 그래서 돌아보니 제가 아이에게 사회성까지 바라는 욕심을 부린다는 생각에 머리를 얻어 맞은 것 같았어요. ㅜ
물론 앞으로 아이가 어떻게 변하고 자랄지 아직 모르지만
현안님 말씀처럼 각자의 기질이 존중되고 발휘되는 세상에서 살아가길 간절히 바랍니다.
제가 하고싶은말이 딱 요렇는데...나도 이렇게 글을 잘쓰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사회성 부족한 1인 너무 공감했습니다
좋은글 감사히 잘읽고 갑니다^^
어쩌면, 사회성에는 두 가지 차원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친밀한 사람(배우자, 연인 등)의 감정을 잘 살피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 친밀한 사람(배우자, 연인 등)이 화가 났을 때 감정을 잘 풀어줄 수 있다.
- 가까운 지인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에게 적절한 방식으로 반가움을 표할 수 있다.
- 상대방과 함께 있을 때 상황과 분위기에 맞는 언행을 보일 수 있다.
- 상대방과 함께 있을 때 상황과 분위기를 깨지 않으면서 서로 점차 가까워질 수 있다.
제가 보기에, 미국과 같은 서구 개인주의 사회에서 상상하는 사회성은 위와 같은 개념입니다. 자신과 친하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적절한 수준으로 내면을 터놓고, 자신과 깊이 교류하는 사람에게서 좋은 평판을 이끌어낸다면 그 사람은 사회성이 밝다고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조금 어려운 표현이지만, 개인 대 개인이 1대 1로 어울리는 관계적 상황은 양자적(dyadic)인 관계라고 불립니다.
-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빠르게 판별할 수 있다.
-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적절히 존경을 표할 수 있다.
-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겉돌지 않고 빠르게 그 구성원으로 녹아들 수 있다.
- 자신이 속한 집단을 위해서 개인적인 금전과 시간, 열정 등을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다.
- 자신이 속한 집단의 결정에 따라서 불만이나 이견 없이 장기간 충성할 수 있다.
-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적절히 훈육하고 통솔할 수 있다.
제가 보기에, 동유럽권 및 동아시아(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집합주의 사회에서 상상하는 사회성이라는 건 이쪽의 차원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개인 대 개인' 의 동등한 마주침을 상정하는 서구 개인주의 사회의 사회성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사회성은 오히려 '집단 속에 녹아들어야 하는 개인' 의 맥락입니다. 즉, 진공 속의 개인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모두에게는 저마다 소속되어 있는 집단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회 부적응을 이야기할 때에도 양쪽 중에서 어느 쪽 개념을 따르는가에 따라서 의미가 전혀 달라질 것입니다. 전자의 관점에서 말하는 사회 부적응이란 아무리 넓게 해석하더라도 자폐 스펙트럼 정도의 의미가 될 뿐이겠지만, 후자의 관점에서는 소위 말하는 '이기주의자', '개인주의자', '무임승차자' 같은 사람들이 부적응자라는 손가락질을 받습니다.
사회성 훈련은 일정 부분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은 전자의 의미에서나 가능할 뿐입니다. 후자의 의미에서 말하는 '부적응자' 들은 사회성 훈련을 받을 게 아니라 그 집단을 떠나면 될 일이므로, 사회성 훈련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다행스러운 소식은, 대부분의 인간은 대체로 사회생활에 능숙하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인간이란 기본적으로 타인과 어울리면서 심리적 욕구를 충족하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그리고 사회화와 공교육의 힘이 상상 이상으로 강하기 때문입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현안님~
사회성과 인성은 다르고 개별적인 개념입니다.
저도 사회성이 좀 떨어지는 사람중의 한사람입니다.
사회성이 떨어진다하여 세상살이 못하는것 아닙니다.
다만 객관적으로 볼때 타인에게 상처를 잘 주고 또 상처도 잘 받는 사람들이 사회성이 좀 떨어진다고 하네요.
제 올린글이 불편하셨다면 현안님도 잠깐 상처를 받으셨을텐데.
마음이 불편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생긴대로 사는거자요 현안님과 저처럼요.
사회성은 인성과는 다른 개인의 취향이니까요.
하지만 인성이 사회성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마음결 고운 사람은 누구에게나 진심일테니까 여러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지 않을까요.
평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ㅎ
좋아요만 누르기엔 너무 아쉬울 정도로 좋은 글이라 답댓글까지 달고 갑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현안님~
사회성과 인성은 다르고 개별적인 개념입니다.
저도 사회성이 좀 떨어지는 사람중의 한사람입니다.
사회성이 떨어진다하여 세상살이 못하는것 아닙니다.
다만 객관적으로 볼때 타인에게 상처를 잘 주고 또 상처도 잘 받는 사람들이 사회성이 좀 떨어진다고 하네요.
제 올린글이 불편하셨다면 현안님도 잠깐 상처를 받으셨을텐데.
마음이 불편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생긴대로 사는거자요 현안님과 저처럼요.
사회성은 인성과는 다른 개인의 취향이니까요.
하지만 인성이 사회성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마음결 고운 사람은 누구에게나 진심일테니까 여러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지 않을까요.
평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ㅎ
좋아요만 누르기엔 너무 아쉬울 정도로 좋은 글이라 답댓글까지 달고 갑니다.
<아이에게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한다며 다그치고 싶진 않다. 사회성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그런 아이가 설 자리가 어딘가에는 있을 거라고 믿는다. >
<사회성은 인간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므로. 아이들이 자신의 생김대로 살아가도 되는 그런 세상이기를 바란다.>
너무 와닿았고 좀 무겁고 불편했던 제 마음이 위로받는 느낌이에요. ^^
저희 아들(초4)은 반에서 친한 친구가 없어요. 학원에서도 자주 보는 친구들과 인사하는 정도지 각별히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없어 항상 그 부분이 마음에 걸렸어요.
그래서 작년에 담임선생님께 상담을 한 적이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우리 아이는 친구관계보다 학교생활 자체가 너무 즐겁고 재미있어서 다니는 것 같다고, 수업시간에 너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학업 수준도 뛰어난, 배우는 것에 흥미가 더 있는 아이니 걱정 안해도 된다고 하셨어요.
실제로 주변에 별로 관심이 없고 늘 즐겁고 행복한 아이에요. 그래서 돌아보니 제가 아이에게 사회성까지 바라는 욕심을 부린다는 생각에 머리를 얻어 맞은 것 같았어요. ㅜ
물론 앞으로 아이가 어떻게 변하고 자랄지 아직 모르지만
현안님 말씀처럼 각자의 기질이 존중되고 발휘되는 세상에서 살아가길 간절히 바랍니다.
어쩌면, 사회성에는 두 가지 차원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친밀한 사람(배우자, 연인 등)의 감정을 잘 살피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 친밀한 사람(배우자, 연인 등)이 화가 났을 때 감정을 잘 풀어줄 수 있다.
- 가까운 지인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에게 적절한 방식으로 반가움을 표할 수 있다.
- 상대방과 함께 있을 때 상황과 분위기에 맞는 언행을 보일 수 있다.
- 상대방과 함께 있을 때 상황과 분위기를 깨지 않으면서 서로 점차 가까워질 수 있다.
제가 보기에, 미국과 같은 서구 개인주의 사회에서 상상하는 사회성은 위와 같은 개념입니다. 자신과 친하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적절한 수준으로 내면을 터놓고, 자신과 깊이 교류하는 사람에게서 좋은 평판을 이끌어낸다면 그 사람은 사회성이 밝다고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조금 어려운 표현이지만, 개인 대 개인이 1대 1로 어울리는 관계적 상황은 양자적(dyadic)인 관계라고 불립니다.
-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빠르게 판별할 수 있다.
-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적절히 존경을 표할 수 있다.
-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겉돌지 않고 빠르게 그 구성원으로 녹아들 수 있다.
- 자신이 속한 집단을 위해서 개인적인 금전과 시간, 열정 등을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다.
- 자신이 속한 집단의 결정에 따라서 불만이나 이견 없이 장기간 충성할 수 있다.
-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적절히 훈육하고 통솔할 수 있다.
제가 보기에, 동유럽권 및 동아시아(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집합주의 사회에서 상상하는 사회성이라는 건 이쪽의 차원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개인 대 개인' 의 동등한 마주침을 상정하는 서구 개인주의 사회의 사회성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사회성은 오히려 '집단 속에 녹아들어야 하는 개인' 의 맥락입니다. 즉, 진공 속의 개인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모두에게는 저마다 소속되어 있는 집단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회 부적응을 이야기할 때에도 양쪽 중에서 어느 쪽 개념을 따르는가에 따라서 의미가 전혀 달라질 것입니다. 전자의 관점에서 말하는 사회 부적응이란 아무리 넓게 해석하더라도 자폐 스펙트럼 정도의 의미가 될 뿐이겠지만, 후자의 관점에서는 소위 말하는 '이기주의자', '개인주의자', '무임승차자' 같은 사람들이 부적응자라는 손가락질을 받습니다.
사회성 훈련은 일정 부분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은 전자의 의미에서나 가능할 뿐입니다. 후자의 의미에서 말하는 '부적응자' 들은 사회성 훈련을 받을 게 아니라 그 집단을 떠나면 될 일이므로, 사회성 훈련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다행스러운 소식은, 대부분의 인간은 대체로 사회생활에 능숙하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인간이란 기본적으로 타인과 어울리면서 심리적 욕구를 충족하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그리고 사회화와 공교육의 힘이 상상 이상으로 강하기 때문입니다.
공교육에서 관용을 더 가르친다면 사회성을 바라보는 관점이 더 다양해지지 않을까요? 그래도 저의 세대보다 관용은 늘어난 것 같아 보였습니다 20대 후배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해요
제가 하고싶은말이 딱 요렇는데...나도 이렇게 글을 잘쓰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사회성 부족한 1인 너무 공감했습니다
좋은글 감사히 잘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