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세곡
천세곡 ·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느리게
2024/07/30
*출처: Photo by Trent Erwin on Unsplash



학교 다닐 때 백일장과 사생대회가 열리면 늘 참가했었다. 글짓기 한 편과 그림 한 점을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글짓기도 그림 그리기도 소질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그때는 무조건 참여해야 하는 것이라서 억지로 갔던 것뿐이다.

  사실 왜 이런 대회를 하는 것인지 어린 나이에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회가 열리는 곳은 언제나 탁 트이고 경치가 좋은 곳이었다. 시내 유원지이거나 서울에서 가장 큰 공원이곤 했으니까. 

  조금 더 어렸을 때만 해도 이런 곳에는 주로 소풍이란 이름으로 놀러 왔었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되자 소풍이라는 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대신 백일장과 사생대회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같은 곳으로 데려갔다. 

  가벼운 소풍 배낭 대신 책가방과 거의 내 몸을 다 가릴 것은 큰 화판을 들고 가야만 했다. 모두가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려야 했기 때문이다. 선택권 따위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실을 벗어나 바깥바람을 쐰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떴던 것으로 기억한다.

  맛있는 간식들과 게임 대신 정해진 시간 안에 제출해야 하는 숙제만 주어진 상황. 국어 수업과 미술 수업을 밖에서 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선생님들의 통제는 엄격해서 점심시간 말고 이렇다 할 자유시간도 없었다.

  이럴 거면 왜 굳이 번거롭게 우리를 밖으로 나오게 했을까 하는 불편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괜찮아졌다. 왜냐하면 나와 친구들은 그렇게 모범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의 눈을 피해 일단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주어진 글짓기와 그림 그리기는 새까맣게 까먹어 버릴 정도로 말이다.

  정신없이 놀다보변 어느새 마감 시간이 가까워져 있었다. 당연히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몽둥이찜질을 당하지 않으려면 뭐가 되었든 제출은 해야 했다. 우리는 나름 전략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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