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향기푸른숲 가실래요?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4/09/13


" 내일 잣향기푸른숲 등산 가실 분?"

단톡방 메시지가 울렸다. 5년 동안 참여한 독서 모임 회원들과의 대화방이다. 올해 초 각자의 사정으로 더 이상 모임을 지속하기 어려워 독서 모임은 파했지만, 사람과의 관계가 무 자르듯 단칼에 끝나는 것은 아니더라. 여전히 남아있는 대화방에서는 가끔 뜻밖의 제안으로 번개가 성사되기도 하고, 각자 읽은 책 중에 인상 깊었던 혹은 별로였던 책 이야기도 한다.

'등산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맘속으로 당연히 'NO'를 외쳤다. 일을 하며 피곤하다는 핑계로 운동도 멀리하고, 가벼운 산책도 마다해왔다. 갑자기 산에 오르면 몸이 놀라지 않을까? 어설픈 합리화를 하며 가지 않을 궁리를 했다. 약속은 정해졌다. 굳은 결심과는 달리 선선한 바람에 묻은 가을 냄새가 자꾸만 나를 산으로 밀어냈다. 결국 나도 갑작스러운 만남에 가담했다.

생각해 보니 가평에 살며 잣향기푸른숲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축령산과 서리산 자락 해발 450~600m에 있는 잣향기푸른숲은 수령 80년 이상의 잣나무가 국내 최대로 식생하고 있는 곳이다. 숲 체험과 산림치유 프로그램 등 다양한 체험 행사도 즐길 수 있는 산림휴양 공간이다. 땅덩어리가 넓은 가평이라 내가 사는 곳에서도 차로 40분 정도 가야 했다.

10년 차 운전자이지만 나는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어디도 갈 수 없는 알아주는 길치이다. 이른 아침, 내비게이션이 친절히 안내하는 숲으로 향했다. 도로옆 벚나무에서 벌써 노랗게 물든 잎들이 바람에 떨어졌다. 한때 몽글몽글한 꽃을 피우고, 꽃비를 흩뿌렸을 벚나무의 화려한 계절을 추억했다.

큰 도로를 지나 굽이굽이 경사가 있는 일 차선 도로를 계속 올라가며 진정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불안했다. 뒤에서 차 몇 대가 바짝 붙어 따라오고 불길함이 극에 달했을 즈음 내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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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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