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가 결국 향하는 곳은, <스즈메의 문단속>
2023/03/15
이 글은 전반적으로 <스즈메의 문단속>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일 지수 90% 높음)
애도가 겹겹이 만나는 영화였다.
감독의 욕심대로 하나씩 제대로 애도했다면 3시간 분량이 넘었을 게 분명하다. 애니메이션 장르 한계를 의식해서 일부는 생략했다. 작은 고양이 '다이진'에 이어, 큰 고양이 '사다이진'까지 왜 갑자기 밖으로 나오는지, 왜 들어가기 싫어했던 '다이진'이 마음을 바꿔 돌아가는지 명확하게 보이지 않았다. 이밖에 청소년이 여행 중에 처음 만나는 사람들 집에 머무는 것이나 히치하이킹 시도는 현실적이지 않고 위험해 보였고, 술 파는 가게나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어른들이 스즈메에게 일을 시키는 것도 어떤 의도가 있어 보이나 알 수 없게 끝났다. 2시간 동안 일본을 여행하기 위해 다소 무리한 전개가 필요했을 테니 '영화적 허용'으로 생각하고 싶다.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뭉클한 영화다. 수많은 애도가 이 영화 한 편 안에 머무른다.
'폐허'와 '미미즈'
영화는 스즈메의 꿈으로 시작하지만, 등굣길에 소타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20대 소타는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스즈메에게 특이한 질문을 건넨다.
"이 근처에 폐허 없니?"
그리고 덧붙인다.
"문을 찾고 있어."
일본어에서 이 단어 사용이 정확히 어떨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폐허'라는 단어를 주로 추상적으로 쓴다. 한국인이라면 처음 보는 사람에게 '폐허'를 묻지 않는다. '옛 학교 터가 어딨니?' 라고 물어보거나 '혹시 이 근처에 지진 때문에 무너진 곳이 있니?'라고 구체적으로 물어볼 것이다. 그래서 이 대사부터 낯설게 느껴졌다.
이상한 질문을 하는 데다 '아름다운' 소타에게 강한 이끌림을 느낀 스즈메는 학교를 가다 다시 돌아가 <출입금지> 구역인 폐허로 올라간다. 그곳에서 소타가 말한 문을 발견하고, 문을 열어 뒤편에 현실과 다른 세계를 본다. 그리고 문 옆에 있던 요석을 들어보다 그만 ...
2019년 김재아란 필명으로 SF장편 <꿈을 꾸듯 춤을 추듯>을 썼다. 과학과 예술, 철학과 과학 등 서로 다른 분야를 잇는 걸 즐기는 편이다. 2023년 <이진경 장병탁 선을 넘는 인공지능>을 냈다. ESC(변화를꿈꾸는과학기술인네트워크) 과학문화위원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