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 스포 만땅 리뷰

이문영
이문영 인증된 계정 · 초록불의 잡학다식
2023/10/26
포스터를 차지한 왜가리는 주인공이 아니다. 그런데 왜 왜가리가 이렇게 전면에 등장했을까? 그것은 이 영화의 주제가 왜가리에 있기 때문이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미야자키 하야오한 애니다. 평생 되풀이한 주제를 다시 한번 들려주고 있다.

다만 이 영화는 세계제2차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입맛이 좀 쓴 부분이, 한국인인 내게 있었다.

이 영화의 제목은 동명의 책에서 가져온 것인데, 번역을 하다보니 국내에서는 제목이 살짝 달라졌다. 배급사가 일부러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국내 번역서 제목은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영화 중간에 주인공 마키 마히토(牧眞人:이 이름이 갖는 함의도 재미있다. 진인을 진실된 사람으로 풀었는데, 도교에서 진인은 진리를 깨친 선지자와 같은 존재이다. 거기에 성이 기른다는 뜻의 牧(목)이다. 너무 노골적이다)가 이 책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크면 읽으라고 메모해 놓은 책. 마히토는 이 책을 읽다가 눈물을 흘린다. 대체 무슨 책인가?

요시노 겐자부로(1899~1981)라는 사람이 1937년에 출간한 책이다. 그는 일본의 유명잡지 세카이(世界)의 편집인이었다. 이 책은 중일전쟁이 일어나고 일본 전역을 파시즘이 뒤덮을 때 휴머니즘의 가치를 내세우며 나온 책으로 중학생 조카에게 외삼촌이 주는 조언으로 이루어져 있다. 출간되고 얼마 안 돼 금서가 되어버렸다고 하니, 당시의 조류에 정면으로 맞선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히토의 아버지는 군수공장의 사장이다. 그는 돈과 권력을 누리고 있는 사람이고 애니 내내 그에 대한 비난의 시선은 전혀 나오질 않는다. 유일하게 그에 대한 반항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이 책을 보면서 우는 장면이다. 당대 시류에 맞춰 돈을 벌고, 그 돈으로 권력을 자랑하는 속물 아버지(아들을 굳이 자동차로 학교로 데려다 주고, 아들에게 부상을 입힌 학생을 찾아내기 위해 거액의 기부금을 내는 행위를 한다)와 정반대되는 가치를 보여주는 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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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텔·이글루스에서 사이비•유사역사학들의 주장이 왜 잘못인지 설명해온 초록불입니다. 역사학 관련 글을 모아서 <유사역사학 비판>, <우리가 오해한 한국사>와 같은 책을 낸 바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역사를 시민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책들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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