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퇴역 군인이다.
저는 이전에는 참전 용사나 군에서 오랜 기간 수행하고 물러난 군인, 즉 노병의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는데요. 퇴역 군인은 군인이 병역 의무 기간을 마치고 현역 또는 예비역에서 물러나는 것을 뜻합니다.
그럼 제목을 다시 한번 읽어주세요.
대학교 시절 저는 우연한 계기로 ROTC에 대하여 알게 된 후 군인이 되고자 마음먹었습니다. 사실 단복을 입고 캠퍼스를 누비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저 틈에 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멋있는 선배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학군사관후보생에 지원하기까지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하지만 대학교 3학년 때부터 2년 간의 교내 교육과 체력 단련, 4번의 입영 훈련을 거쳐가며 군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어요. 정확히는 직업 군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요.
훈련을 받으면서 육체적으로 힘에 부치는 때도 많았어요. 행군 때는 일명 "껄떡고개"라고 불리는 언덕을 넘으며 숨을 헥헥 대다가 주저 앉기도 했고, 각개전투 때는 K-3 사수 임무를 받아 양 어깨에 K-2 소총과 K-3 기관총을 교차해서 매고 훈련장에 나서 도착하기도 전에 땀으로 샤워를 하기도 했고요. 누구보다 열심히 해내고 싶지만 체력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아 제 자신에게 실망하는 일도 많았어요.
근데 웃기지만 군인이 되고자 마음먹은 후부터 애국심이라는 게 생겨서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TMI지만 희한하게 훈련 가면 애국심이 가슴속에서 들끓는 게 느껴져요.
훈련소에서 아침 점호 때 애국가를 부르는 데 그게 그렇게 울컥해요. 나라를 위해, 가족을 위해 내가 이렇게 땀 흘리며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하고..마치 내가 대단한 일을 해내고 있다는 착각에 빠졌던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나라, 우리 가족에 대한 소중함과 고마움을 새삼 많이 깨닫게 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