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집터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08/14
말벌들이 또 집을 지었다. 자기 집 주변을 끊임없이 날아다니고 집안으로 들락날락하는게 보인다. 
조그만 초롱같고 회색빛 나는 그런 시시한 집이 아니다. 베이지색의 크고 튼튼한 축구공만한 아니, 축구공보다 더 큰 수박만한 으리으리한 궁전같은 그런 집이다.
아직 수박에는 못미처 멜론만 하지만 점점 증축을 해 곧 수박만 해 질것이다. 한 달내로.

3년 전 처음 처마밑에 집을 지었을 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대로 살고 말벌은 말벌대로 살며 서로 별로 부대끼는 일은 없었으니까. 그러나 집이 차차 커져 축구공만 해지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너무 큰 거 아냐?  집 밖에도 저렇게 다닥다닥 벌들이 붙어 있는데 저 안엔 얼마나 많은 말벌들이 있을거야?  좀 무서워 지기 시작했다.
119에 신고해란 소리를 듣고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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