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돈되는 '검열'과 불균형한 '회고' - 정연규 문화인등록 소동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4/03/20
정근식, 한기형 외, <검열의 제국>, 푸른역사, 2016.

정돈되는 '검열'과 불균형한 '회고' - 정연규 문화인등록 소동 
   
식민지 시기 검열은 일제 지배의 특징을 보여주는 제도적 산물이자 통치의 주요한 수단이었다. 또한 검열은 조선인의 집단적 저항 의식을 단속하고 반제국주의 저항 담론으로서의 사회주의 사상을 억압하는 기제로 활용되기도 했다. 제국의 지배 질서를 공고히 하고 안전한 풍속을 유지하기 위해 식민지의 잠재적 불안 요소들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적발했던 검열의 역사가 식민지 조선의 사상 운동, 매체, 출판 사업 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친 바는 실로 장구하다. 검열 제도는 일차적으로 근대 국가에서의 상시적 감시와 처벌이라는 지배와 통치의 주요한 매커니즘으로 작동했을 뿐만 아니라, 국가 구성원들에게 사상의 배타적 몰이해와 생활의 규범을 협소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식민지 연구자들이 검열 연구에 몰두해 왔다. 이들은 주로 검열의 제도화 과정 연구를 통해 검열 정치의 본질을 밝히는 작업에 주력했다. 검열 표준이 마련되는 과정뿐만 아니라 제국과 식민지에 상대적으로 다른 검열 규범이 적용되는 등 그 차이와 구별에 관심을 쏟기도 했다. 검열기구와 검열정책, 검열장 등에 관한 이들의 연구 성과는 실로 식민 지배의 본질적 성격이자 핵심 억압 기제였던 검열에 대한 풍부한 역사적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그 중요성을 다시 환기할 수 있게 하는 등 큰 기여를 했다.

식민지 조선에서 검열 표준은 출판경찰 제도화의 형태로 안착했다. 즉, 출판경찰의 체계화는 상시적 검열 표준이 자리 잡는 과정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검열 표준이 마련되는 경과가 꼭 정돈된 체계화(제국 전체의 표준화)의 과정과 함께 나란했던 것만은 아니다. 제국과 식민지라는 근본적 한계 요소뿐만 아니라 민족의 차이에 따른 언어 환경의 상이함 역시 검열의 상대적 불균형성을 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인과 ...
강부원
강부원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175
팔로워 2.1K
팔로잉 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