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토록 불안한가

유창선
유창선 인증된 계정 · 칼럼니스트
2024/04/10
- 프란츠 카프카 ,『변신』


누구나 그렇겠지만, 살아오면서 힘든 고비가 여러 차례 있었다.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할 때도 있었고, 젊은 날에는 경제적 어려움이 따르기도 했다. 우울증에 걸릴 것 같은 적도 있었다.

그때 몹시 우울했던 날 오후, 거리의 풍경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나는 이렇게 힘든데, 나는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아무 일 없다는 환한 표정으로 도시를 걷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화가 날 지경이었다. 당신들은 내가 없어진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겠지! 그런 당신들이 괘씸해서라도 나는 독하게 살아낼 것이다! 고통스러우니 그 풍경이 눈에 크게 들어오는 것이었겠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서로가 그런 존재일 뿐이다. 막상 우리는 서로 간에 그렇게 가깝게 연결되어 있지 못하다. 우리는 단절되어 있다.


현대인의 절박한 고립감

프란츠 카프카의 일생은 겉으로 보기에는 굴곡이 없는 일상적인 삶의 연속이었지만 내면으로는 매우 불행한 고뇌의 41년이었다. 카프카는 평생 불행하게 지냈다. 유대인으로 태어났으나 유대교도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기독교인도 아니었다. 독일어를 사용했지만 독일인도 아니었고, 프라하에서 태어났지만 체코인도 아니었다. 그는 일상적인 가정생활을 포기하면서까지 작가이길 원했지만 온전한 의미의 작가도 아니었다.  그는 많은 세계에 조금씩 속해 있지만 그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은, 태어나면서부터 ‘이방인’이었으며, 숙명적으로 고독의 짐을 지고 살았다. 이러한 작가의 현실은 그의 작품활동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인간의 실존에 관한 물음이 카프카 문학의 주제가 되었다.

카프카의 소설 『변신』은 현대인의 고립감을 절박하게 표현해낸 걸작으로 오늘날 평가받고 있다. 이 작품은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의 외로운 죽음에 관한 얘기다.

 그레고르는 의류 회사의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는 젊은이였다. 그는 부모님의 빚을 갚기 위해 열심히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꾸려 나가고 있었다. 외판 업무는 짜증스런 일이었지만, 그레고르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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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시사평론을 했습니다. 뇌종양 수술을 하고 긴 투병의 시간을 거친 이후로 인생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져 문화예술과 인생에 대한 글쓰기도 많이 합니다. 서울신문, 아시아경제,아주경제,시사저널,주간한국, 여성신문,신동아,폴리뉴스에 칼럼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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