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포기할 수 없는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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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포기할 수 없는 이야기들

더 퍼스트 슬램덩크 - 목숨거는 자들에게 바치는 찬미

오아영
오아영 인증된 계정 · 갤러리 대표, 전시기획자, 예술감상자
2023/01/31
(최대한 스포하지 않으려 애썼으나 스포는 당연히 없기가 어렵습니다. 심야영화 보고 들어와 바로 정리해낸 감상이라 거칠고 뜨거울 거에요)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 이미지. 북산의 다섯 멤버.


프로연주자 훈련을 받던 여덟살 꼬마때. 저명한 콩쿠르에 나갔다. 그 유명한 Vivaldi Violin Concerto in A Minor, Op. 3 No. 6, RV 356을 들고. 피아노 반주자와 함께 무대에 올랐는데 반주자는 연습할 땐 그런 적이 없으면서도 정작 무대에 오르자 자신의 긴장을 이기지 못하고 연주 초반부에서 마디 하나를 아예 놓쳐 갈피를 계속 잡지못했다. 나는 이내 피아노소리를 지워내고 오직 내 연주에만 정교하게 집중했다. 연주하러 올라왔으니 아름답게 가장 멋지게 해내야지! 대담하게 인생 마지막 연주인양 뜨거운 조명속에서 청중의 얼굴이 드문드문 보이는 가운데 숨결하나 세포하나까지 압도해내는 연주를 만들어내고자 심혈을 기울였다. 청중의 눈동자와 치열하게 호흡을 주고받으면서. 반주자는 연주가 끝날때까지 일관되게 제 박자를 찾지 못했는데 존재하는 반주를 개의치않고 혼자 연주해낸 나는 결국 최우수상을 받았다.



연주가 지속되는 가운데 내가 다른 의사결정을 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어쩌면 반주자가 계속해서 틀렸기 때문에 내 기량은 아이러니하게 더 극단적으로 돋보였을수도 있으리라고. 연주는 러닝타임동안 무얼 보여주느냐가 결정하는 자리. 러닝타임이 역량자체는 결코 아닌데, 그 짧은 시간동안으로 전부를 평가받는 분야들이 있지. 나는 연주자시절에 자주 연주가 운동경기같다고 말했었는데, 방금 심야영화로 보고들어온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가 바로 그 얘기다.



# 기존 판타지


이 영화 자체에 대해서만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는 참 어려울 것 같다. 외부각주가 많은 영화라서. 그러니까, 내가 아꼈던 슬램덩크 시리즈와 그것이 드리우고 있는 판타지가 켜켜이 각주로서 영화가운데 계속 층층이 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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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아름다움. 이 둘만이 중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삶의 이유이자 내용이자 목적이다. 실은 이들이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을 살게 만드는 절대적인 두가지라 믿는다. 인간은 제 영혼 한 켠에 고귀한 자리를 품고 있는 존엄한 존재라고 또한 믿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보이지 않는 자리들을 손에 만져지도록 구체적으로 탁월하게 설명해내는 일로 내 남은 삶은 살아질 예정이다. 부디 나의 이 삶이 어떤 경로로든 나와 마주하는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살아있게 만들 수 있다면.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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