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느리게 - 중

천세곡
천세곡 ·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느리게
2024/03/09
*사진 출처: 유튜브 "푸른거탑" 캡처



다시 어릴 때로 돌아가지 않는 한 굳이 뛰어야 할 일은 없을 거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었던 나. 그런데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었다. 엄청난 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1학년 2학기 종강을 앞두고 있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 술 마시고, 노래하고, 당구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술에 잔뜩 취해 씻는 둥 마는 둥 하고 자리에 누우려는데 책상 위에 무언가가 놓여있었다.

  하얀 봉투. 누군가 나에게 용돈이라도 준 것일까. 감기기 일보 직전인 눈을 부릅뜨고 봉투를 손에 들었다. 딱 봐도 정갈한 규격봉투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뜯었다.

  봉투 안에는 겁나 험한 것이 들어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파묘가 아니라 파묻어 버리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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